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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스웨덴에서 등장한 차세대 미스터리 문학 여성작가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카밀라 레크베리(영어권 국가에서는 레크버그라고 불린다)의 데뷔작 Ice Princess가 한국에서 얼음공주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2011년 출간한 그녀의 최근작 Änglamakerskan(Angel Maker: 영미권에서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작품)이 스페인과 스웨덴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상위권(2011년 6월과 10월 Publishers Weekly의 발표에 기준)에 머물렀다점을 볼 때 그녀의 소설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현재까지 누적부수가 약 800만부가 팔렸을 정도로 유럽에서 인기를 얻는 카밀라 레크베리는 내년 3월에 파트리크 헤드스트룀(Patrik Hedstrom) 시리즈의 여섯 번째 소설 The Drowning을 영어권 국가에서 번역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웨덴에서는 내년에 카밀라 레크베리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TV 드라마 시리즈도 방영할 계획이라고 해서 범죄 문학 매니아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얼음공주, 그리고 다른 카밀라 레크베리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점을 두 가지로 요약해보고자 한다.

첫째로 얼음공주에서 시작되는 파트리크 헤드스트룀 시리즈는 사실 카밀라 레크베리의 개인적인 삶과 유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녀의 홈페이지나 신문을 통해 접하게 되는 개인사를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이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피엘바카의 형사 파트리크는 카밀라의 전 남편(그녀는 최근에 두 번째 결혼 생활에 접어들었다고 한다)을 모티브로 만들었을 것만 같은 유사함이 느껴지고, 더구나 에리카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트루 크라임(true crime) 작가로 묘사되어서 카밀라 본인의 삶이 소설 속에 녹아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범죄 소설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나 자신이 소설속의 주인공과 동화되어 가는듯한 시간의 전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에리카와 파트리크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딸 마야(Maja)가 태어나고 가정을 이루는 과정이 비록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의 삶이 주는 변화와 아픔 그리고 사랑은 현실과는 무관한 창작된 허구라고 할지라도, 실제 삶에서 있을 것만 같은 유사한 인생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매력인 것이다.


두 번째로 주목해 볼 수 있는 점은 스웨덴의 작은 마을 피엘바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카밀라 레크베리의 소설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피엘바카는 인구 800명 정도의 대단히 작은 어촌 마을이다. 실제로 피엘바카는 살인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과 인심 좋은 시골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흔히 카밀라 레크베리를 제2의 애거서 크리스티라고 추켜세우며 비교하는 이유가 바로 피엘바카라는 작은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후던잇 소설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닫힌 공간(Closed setting)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점을 잘 부각한 소설은 현대에서는 찾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현대의 독자들은 자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미국식 하드보일드 소설이나 스릴러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러할 수도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애거서 크리스티식의 소설은 주로 애거서 상의 후보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애거서 상을 독식하고 있는 루이즈 페니의 가마슈 경감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 코지 미스터리나 전통적인 후던잇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밀라 레크베리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피엘바카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이를 두고 해결하려는 주인공 파트리크 그리고 이에 얽혀있는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순전히 플롯의 전개만으로 이토록 독자를 소설속으로 몰입하도록 만드는 매력을 지닌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치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로 회귀하려는 것처럼 시대에 역행하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역행이 미스터리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결코 싫지 않고 반갑게 느껴진다는 점이 오늘날 시대에서 그녀의 작품이 드러내는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눈이 오는 지금의 계절과 어울리는 스웨덴의 겨울과도 같은 섬뜩한 범죄소설 속으로 한번 빠져들기를 바라면서, 북유럽의 추운 겨울 같은 스산한 분위기의 범죄소설의 매력을 느껴보려는 독자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북유럽 여성 추리작가 소설 추천 리스트

 

Karin Fossum(카린 포숨):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여성 추리문학작가이다. 형사 세예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Don't Look Back(돌아보지 마; 들녘, 2007년)은 스칸디나비아 추리소설의 매니아라면 한번쯤 읽어보았거나 책의 제목을 들어보았을 정도로 카린 포숨을 대표하는 소설이다. 1997년 북유럽 최고의 추리문학상인 글래스키상(유리열쇠상) 수상작.

Karin Alvtegen(카린 알브테옌):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조카의 딸로 잘 알려진 카린 알브테옌의 대표작 Missing(국내 미번역작)은 2001년 글래스키상 수상작이자 2009년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소설 부문의 후보작이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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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부엉이가우는밤 2012.02.14 05: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님도 얼음공주 리뷰를 올리셨네요. 저도 하나 올렸습니다.
    카밀라 레크베리의 작품은 다른 북유럽 작품들 보다 덜 차가운 것 같습니다. 아마도 조그만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오밀조밀하게 다뤄서 그런 느낌을 받는것 같기도 합니다. 카린 포숨의 작품은 조만간 보려고 해요. 필론님과 새알밭님 두분다 좋다고 하시니 매우 기대됩니다.

    • BlogIcon 필론 2012.02.14 10: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예, 카밀라 레크베리의 소설이 다른 북유럽 작가들의 작품과 비교해서 덜 자극적이고 잔잔하다는 느낌은 저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런점이 매력이라고 해야할까요? 굳이 범죄소설이 피가 난무하고 폭력적인 묘사가 있어야만 재미있는것은 아니니까요.^^물론 그녀의 작품을 하드보일드나 스릴러 매니아들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나저나 카린 포숨의 소설을 읽을 계획이시군요.^^ 벙이벙이님의 감상평이 어떠할런지 기대가 됩니다.

  2. BlogIcon 새알밭 2012.02.14 11: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흥미로운 우연입니다. 벙이벙이님과 필론님이 거의 동시에 같은 책을 올리시다니요! 꼭 읽어보라는 일종의 계시처럼 느껴집니다 하하.

    • BlogIcon 필론 2012.02.14 12: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ㅎㅎㅎ 그런가요? 벙이벙이님께서도 카밀라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보았다고 하시고 저도 다시 한번 한국어 번역서를 읽을 기회가 생겨서 어쩌다보니 거의 동시에 같은 책의 리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3. BlogIcon 부엉이가우는밤 2012.02.16 07: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원래는 카린포섬의 책을 읽을 계획이었는데, 도서관가서 다른 책을 집어왔어요. 다음번으로 미뤘습니다. Quentin Bates의 Frozen Assets를 읽을 예정입니다. 이 작가는 전에 제 블로그에서 소개했었던 작가인데 아이슬란드에서 오래 산것 같아요. 아이슬랜드 배경으로 여자 경찰관이 주인공이라서 조금 기대가 됩니다. ^^

  4. BlogIcon 부엉이가우는밤 2012.04.12 04: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님 잘 지내시고 계신가요? 저는 지난3월은 좀 바뻤어요.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벌써 4월이네요.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기온차가 많을텐데 감기조심하세요. ^^

    • BlogIcon 필론 2012.04.12 08: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벙이벙이님도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요즘은 미스터리 문학을 읽을 시간이 좀 부족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