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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 그래비의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는 저자서문에서 개론서라는 언급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이 성서학 혹은 고대 근동학 전공자들을 위한 입문서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 책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반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저자의 글 쓰는 방식이나 방대한 참고문헌을 볼 때 주 독자층이 일반인이 아님은 분명한 사실이다. 만약 일반인이 고대 이스라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부딪쳐야할 신학적 그리고 역사학적인 방법론적 어려움이 있는데 그 점은 바로 종교성의 패러다임을 벗어놓고 그래비의 책을 읽어야한다는 점이다. 마치 삼국연의를 읽어본 독자들(혹은 일부 중국인들)이 삼국연의의 내용이 실제로 중국의 삼국시대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믿는(물론 일부는 역사적 사건에 근거하고 있지만)것과 마찬가지로 성서속의 내용이 모두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는 일부 독자들에게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는 성서가 가지고 있는 진실과 허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도전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에서 서술하는 족장시대와 출애굽과 같은 성서의 본문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허구성으로 인해서 독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영미권 성서학계의 현실은 말 그대로 회의적인 의견, 소위 미니멀리스트라고 불리는 학자들의 의견이 두드러지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다윗과 솔로몬(토마스 톰슨과 같은 미니멀리스트 성서학자가 주장하는)의 시대도 성서에 근거한 역사적 재구성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미니멀리스트(minimalist)와 맥시멀리스트(maximalist)간의 중재와 대화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등장한 그래비의 책은 다소 중간자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간의 교착상태를 중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이러한 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알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책의 구성을 잠시 살펴보자면, 1부 고대 이스라엘 역사의 연구에 관한 원칙과 방법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는 서술이다. 1부에서 그래비는 그동안 성서학자들이 사용한 고대 이스라엘 역사학의 방법론을 열거하고 종합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역사학으로부터 사회과학, 고고학, 민족성, 신근본주의, 맥스멀리스트와 미니멀리스트의 논쟁에 이르는 일련의 문제들을 다룬다. 2부 역사적 연구에서는 중기 및 후기 청동기부터 철기시대 남유다 왕국의 멸망에 이르는 시기에 걸쳐서 벌어진 고대 이스라엘 역사를 고대 근동과 성서에 근거하여 비평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2부에서는 족장시대와 출애굽의 역사성 문제, 왕정 성립의 문제, 문자사용의 문제, 다윗과 솔로몬의 통치와 관련된 문제들, 북왕국의 발흥과 멸망의 문제, 유다의 부흥과 쇠퇴 등의 이슈를 다루고 있다. 출애굽을 기록한 성서의 허구성을 논의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고집스럽게 우기거나 하지 않고, 여러 성서학자들의 논문과 의견을 종합해서 9가지로 들어서 체계적으로 설명한 저자의 분석은 독자 개개인이 저자의 의견을 받아들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예를 들어, 고고학적 증거를 살펴보면, 만약 출애굽이 있었다면 그 정도의 큰 규모의 사건은 반드시 고고학적 유물을 남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성서 민수기에 언급된 40년간의 방랑생활은 주로 가데스 바네아 근처에서 이루어졌다. 고고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시내(시나이)와 남부 팔레스타인에서는 많은 수의 인구가 살았던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단지 성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고고학 자료와 성서의 본문을 비평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장점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3부 결론에서 저자는 이스라엘과 유다의 역사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답하며 책을 마치고 있다. 저자는 고대 이스라엘 전체 역사를 요약하면서 역사 서술의 방법론적 원리들을 다시 제시한다. 결론에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핵심요소는 이스라엘 역사 서술(혹은 역사 재구성)에서 방법론적인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예를 들어, 성서를 지나치게 배척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맹신하는)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는 점이다. 비록 성서는 2차자료이지만 특히 철기시대의 이스라엘과 유다의 역사를 재구성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이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 현재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의 논쟁으로 불거진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바로 서술하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믿고 있다.

 

‘고대 이스라엘 역사’를 읽으면서 한 가지 단점 혹은 아쉬운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 채택한 APA 스타일(본문주에 각종 참고문헌을 인용하는 방식)이 상당수의 인문학 서적에서 사용되고는 있지만 일반 독자나 학부생을 위한 개론서라면 본문주 보다는 후주를 사용해서 본문을 읽는 독자들이 인용과 참고문헌으로 인해서 혼란을 겪지 않도록 배려하였더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핑켈슈타인의 'the Bible Unearthed(성경: 고고학인가 전설인가)'처럼 이 책의 저자 그래비도 어느 정도는 일반 독자를 염두에 둔 책의 구성을 계획했다면 바람직했을 것이다.

비록 아쉬운 점은 있지만 고대 이스라엘 역사에 관한 학술서적 혹은 개론서들이 번역서로서 많이 출간되지 않은 한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저자 레스터 그래비의 이 개론서는 학술서로서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다른 학자들의 의견과 논쟁점을 체계적인 방식으로 논의하고 종합하는 학술서는 드물다는 점에서 볼 때, 일반 독자들도 이스라엘 역사와 관련한 학계의 논쟁과 역사적인 쟁점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서 고대 이스라엘 역사에 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며 ‘고대 이스라엘 역사’를 추천해본다.

 

함께 읽으면 좋은 고대 근동 시리즈

 

 

에릭 클라인의 '성서 고고학'

기독교문서선교회에서 출간한 에릭 H. 클라인 교수의 이 책은 현재 성서학계와 고고학계가 안고 있는 고민과 앞으로의 과제를 잘 설명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보수적인 관점과 회의적인 과점,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견해로 관련 학과의 학생이나 전문가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나 일반 독자들이 가급적 이해하기 쉽도록 명료하게 설명하여 성서 고고학 개론서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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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학계와 고고학계에서 성서 고고학(Biblical Archaeology)란 용어를 자제하는 편이지만 여전히 일부 학술서와 논문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대중에게는 성서고고학이란 용어가 더 익숙할수도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고고학 (Archaeology of Ancient Israel) 또는 시리아-팔레스타인 고고학(Syria-Palestine Archaeology; 지금은 은퇴한 애리조나 대학의 고고학 교수인 윌리엄 데버[William Dever]가 선호한 용어)이란 지칭이 더 적절한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rchaeology of the Land of the Bible (Anchor Bible Reference) by Amihai MazarArchaeology of the Land of the Bible: The Assyrian, Babylonian, and Persian Periods (732-332 B.C.E.), Vol. 2 by Ephraim Stern

위의 두 권은 대표적인 이스라엘 고고학의 입문서로 Anchor Bible에서 출간하였다. 먼저 1992년에 출간한 아미하이 마자르(Amihai Mazar)Archaeology of the Land of the Bible, Volume I: 10,000-586 B.C.E.’(위의 왼쪽 이미지)이다. 출간된 지 20년이 거의 되어가지만 여전히 유대의 바빌론 포로기이전의 이스라엘 고고학을 다루는 대표적인 입문서이다. 일부 미국대학의 성서학과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 옆의 이미지는 에프라임 스턴(Ephraim Stern)Archaeology of the Land of the Bible: The Assyrian, Babylonian, and Persian Periods (732-332 B.C.E.), Vol. 2’이다. 이 책은 북 이스라엘의 멸망으로부터 유대의 포로기 이후의 시기의 고고학을 다루는 입문서이다. 저자 에프라임 스턴은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고대 페니키아 지역의 고고학 발굴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학술 논문으로 그의 이름을 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한세대 한상인 교수의 이스라엘 왕국 시대의 고고학’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책 이외에는 한국인 저자의 이스라엘 고고학에 관한 책이 없다는 점이다(적어도 학자가 쓴 제대로 된 책이 이 책 외에는 없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스라엘 왕국 시대의 고고학은 제목이 암시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책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책의 실제 내용은 거의 반정도가 고대 근동의 여러 문명에 관한 소개를 다루고 있어서 이스라엘에 관한 부분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그리고 고대 근동 역사와 고고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게 책을 구성한 점도 학부생도 읽기에 부담이 없을 정도이다. 물론 마르크 반 드 미에룹의 고대 근동 역사와 비교해서 근동 역사에 대한 내용은 다소 미흡하지만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적당한 성서고고학 입문서 정도는 될 것 같다. 책에서 저자는 학문적인 입장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내가 볼 때는 최대주의와 최소주의의 중간적인 입장에서 약간 보수적인 경향으로 보인다



미국의 성서고고학 협회에서는 좋은 책에 대한 상을 해마다 준다.
2009년에 일반인들도 접근 가능한 대중적인 고고학 서적 가운데 가장 우수한 도서에 주는 Biblical Archaeology Society’s Popular Book on Archaeology Award에 선정된 에릭 클라인(Eric Cline)From Eden to Exile: Unraveling Mysteries of the Bible이다.
고고학자인 에릭 클라인에 의해 일반기독교인이 사실로 믿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성서의 이야기들(아직도 에덴의 동산이나 출애굽을 역사적 사실로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충격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을 고고학적으로 재조명한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한마디로 말해서 바트 어만이 쓴 예수 왜곡의 역사의 구약성서 판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에릭 클라인의 '성서 고고학'

CLC (기독교문서선교회)출판사에서 출간한 에릭 H. 클라인 교수의 이 책은 현재 성서학계와 고고학계가 안고 있는 고민과 앞으로의 과제를 잘 설명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보수적인 관점과 회의적인 과점,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견해로 관련 학과의 학생이나 전문가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나 일반 독자들이 가급적 이해하기 쉽도록 명료하게 설명하여 성서 고고학 개론서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Biblical Peoples And Ethnicity: An Archaeological Study of Egyptians, Canaanites, Philistines, And Early Israel 1300-110 by Ann E. Killebrew
고고학자 앤 킬러브루(Ann E. Killebrew)의 Biblical Peoples and Ethnicity이다. 후기 청동기 시대부터 철기 시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의 이집트, 이스라엘, 필리스티아(개신교 성서에서는 아직 블레셋이라고 칭함)를 현대 고고학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상호관계를 재조명하는 연구서이다.

 

앤 킬러브루는 영미권에서 이스라엘 그리고 특히 필리스티아에 관한 고고학 연구에 관한 논문을 연구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저명한 고고학자이다. 지중해 지역, 이스라엘 지역의 고고학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논문을 쓰고자 한다면 이 책부터 연구 조사(research)를 시작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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