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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 라르손의 트릴로지 두 번째 작품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에서는 1부에서 미카엘의 조사를 도와주었던 천재적인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밀레니엄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는 2009년 CWA(영국추리작가협회) 인터내셔널 대거상(International Dagger Award) 후보작이었지만 아쉽게도 수상의 영광은 얻지 못했다. 참고로 2009년에 스티그 라르손,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카린 알브테겐, 요 네스뵈와 같은 추리문학 매니아에게는 그 명성만으로도 귀에 익숙한 쟁쟁한 후보자들을 밀어내고 수상한 작품은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프레드 바르가스의 ‘파란 동그라미의 사나이’이다.


리스베트는 미카엘의 일을 해준 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한다. 미카엘은 동생이자 변호사인 안니카의 생일 파티에 갔다가 준비 중이던 책과 특종기사를 쓰고 있는 다그 스벤손과 미아 베리만의 전화를 받고 집에 들르지만 책을 준비 중이던 그와 그의 여자 친구 미아 베리만은 죽은 채로 발견된다. 범행에 사용된 총은 닐스 비우르만 변호사의 것이었고 그의 집을 찾아가보니 설상가상으로 그녀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그 변호사까지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 권총에 살란데르의 지문이 남아있는 것으로 인해서 경찰은 그녀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뒤쫓는다...

밀레니엄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 주목할 캐릭터는 단연 리스베트 살란데르이다. 1부에서도 드러난 그녀의 반사회적인 성향은 어릴 적 겪었던 가족과의 갈등과 상처로 인한 것임이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통해서 독자에게 알려지게 된다. 비밀에 쌓여있던 살란데르의 아픈 과거가 자신의 정적으로 변신한 비우르만 변호사에 의해서 파헤쳐지면서 살란데르는 뜻하지 않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실종된 헨리크 바예르의 조카를 찾는 과정을 독립된 이야기로 전개된 소설이고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미카엘을 소설의 후반부에 돕는 역할로 등장한다. 이에 반해서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읽고 난 뒤 독자들은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를 바로 읽지 않고는 못배길정도로 2부와 3부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스티그 라르손의 사회의식은 밀레니엄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나는데 2부에서는 여성 인신매매가 그 주된 테마이다. 다그 스벤손과 그의 여자 친구인 미아 베리만은 여성의 인권이 인신매매로 인해 유린되는 상황을 조사한다. 스웨덴에서 주로 동유럽 국가의 여성들이 일자리를 준다는 꾐에 넘어가 입국하여 법적인 보호와 최소한의 인권마저 박탈당하며 성매매에 이용당한다. 이 과정에서 인신매매를 일삼는 불법 조직이 개입하고 심지어 경찰 공무원과 변호사까지 은밀히 성구매를 하는 어두운 현실이 밝혀지게 된다.


밀레니엄 2부가 다루고 있는 여성 인신매매는 다른 추리문학 작가들도 종종 소재로 이용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같은 스웨덴 출신이면서 이미 영미권에서 추리문학 작가로서의 위치가 확고한 헤닝 만켈이다. 그의 2001년 영국추리작가협회 골드대거 최우수 장편소설 부문 수상작 'Sidetracked' 에서는 어린 여성들이 성이라는 폭력에 인권이 유린당하는 아픈 스웨덴의 현실을 소설에서 잘 묘사되고 있다. 또한 에드거 상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은 미국의 의학 스릴러 작가, 테스 게리첸의 ‘Vanish’(한국에서는 '소멸'이라는 제목으로 랜덤하우스에서 출간)를 예로 들 수 있다. 테스 게리첸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동구권 또는 러시아 여성들이 인신매매의 형태로 미국이나 서구권 국가에서 성매매의 올가미에 씌워지는 어두운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헤닝 만켈이나 테스 게리첸과 같은 여러 작가들이 이룩해놓은 문학적 환경과 토대를 바탕으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이라는 대작이 탄생하게 된 것은 아닌지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밀레니엄이 다른 추리문학과 분명하게 차별되는 점은 저자 스티그 라르손이 기자로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애쓴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이 소설에서 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전체적으로 큰 스케일의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여타의 다른 소설들과 비교해서 본다면 오산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특이한 캐릭터의 주인공 리스베트도 그러하다. 어릴 적 가정 폭력에 희생당해 정신병기질이 있는 천재적인 그러나 겉으로는 다 자라지 않은 그런 모습의 한 여자. 그녀가 겪어 온 삶을 있게 한 사회의 책임은 무엇인지에 관점을 맞추어 본다면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라 사회의식을 담은 진지한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한국판 제목이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위험한 불과 논다는 표현은 그러한 거친 삶을 살아온 리스베트에게는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한다.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을 증오하는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는 한번 잡으면 놓기 어려운 매력적인 스릴러임에 틀림없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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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리앤 2011.05.23 17: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표지가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기대됩니다. 읽어봐야겠어요 ^^

    • BlogIcon 필론 2011.05.24 08: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리앤님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영국판 표지를 본딴 이번 웅진에서 재출간한 밀레니엄(리앤님도 아시듯 아르테 출판사의 밀레니엄과는 표지가 다르지요)의 표지가 무척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 BlogIcon 일창 2011.05.24 11: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밀레니엄' 2부 리뷰를 올려주셨군요. 고맙습니다.

    이 작품은 스웨덴 사회상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은데, 필론 님께서 잘 집어서 설명해주셔서 잘 이해가 되었습니다. 헤닝 만켈과 테스 게리첸 작품과 연관시켜 주신 점은 역시 독서폭이 넓으시니 가능하셨던 것 같네요. ^^

    CWA 해외부문 상에서 파란 동그라미에 밀린 것은 좀 아쉬운 결과입니다. 바르가스는 프랑스 작품이라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은 것이 다소 유리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24 13: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파란 동그라미를 읽어본후에는 밀레니엄 2부가 인터내셔널 대거상을 수상하지 못한것에 더욱 아쉬움이 남더군요.^^ 밀레니엄 1부가 너무 많은 상에 이름이 오르는 바람에 2부와 3부가 좀 소외된것은 아닌지 저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도 듭니다.^^ 제가 읽어본 추리문학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언급했던 두 작품 이외에는 여성의 성매매를 주제로 한 작품이 그다지 떠오르는게 별로 없더군요.^^

  3. BlogIcon 일창 2011.05.25 17: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3부 리뷰도 올려주셔서 잘 봤습니다. 파란 동그라미는 좀 밍밍하다고 해야 하나 그렇더라고요. ^^ 밀레니엄은 숨가쁘게 읽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취향 차이겠지만 밀레니엄 대 파란 동그라미라면 대개 밀레니엄 쪽이 낫다 할 것 같은데 결과는 반대로 나왔습니다.

    필론 님 말씀대로 밀레니엄 1부가 너무 시선을 혼자 독차지한 다음이라 2부와 3부가 손해를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점점 스케일이 커져가는 2~3부의 매력도 있는데 말이지요.

    필론 님 리뷰를 보고 나면 다른 리뷰가 군더더기 같아요. 항상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기억력 나쁜 제게는 큰 도움이 되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

    • BlogIcon 필론 2011.05.26 11: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제가 평론가는 아니니까 뭐라고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프레드 바르가스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과 스티그 라르손을 밀어내고 수상한것은 의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