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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스티그 라르손의 트릴로지 마지막 소설이다.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2008년 북유럽 최고의 추리문학상인 유리 열쇠상(Glass key Award)을 수상하였고, 2010년 CWA(영국추리작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인터내셔널 대거상(International Dagger Award) 후보작이었다.


1부에서는 미카엘이 헨리크 집안 이야기를 조사해서 하리예트를 찾아낸다는 이야기인 반면 2부는 주로 리스베트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중 마지막 시리즈 격인 3부에서는 리스베트의 가족사를 넘어 경찰조직 세포라는 비밀경찰에 이르는 과거 스웨덴의 정치사와 얽힌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2부의 결말 부분이 다소 모호한 상태로 종결되어 2부를 읽은 후에는 3부를 읽지 않고는 절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일어날 정도이다.


3중 살인의 용의자로 쫓기던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자신의 주특기인 해킹실력으로 자신이 누구에게 쫓기고 있으며 또한 이 모든 일을 저지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게 된다. 그들의 만남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며 이번에야 말로 끝을 내려고 그들을 찾아갔다가 오히려 부상을 당하게 되고, 3부에서는 살란데르의 처절한 응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밀레니엄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에서 주목해 볼 점 가운데 하나는 이 소설의 주된 테마가 과거 냉전 시대에 스웨덴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민감했던 스웨덴 내부의 정치가 연관 지어진다는 것이다. 살란데르와 관련해서 스웨덴 비밀경찰 세포가 냉전 시대의 국가적 이익을 위해서 한 사람의 인권을 유린할 수가 있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간의 양대 진영의 대립되는 소위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북유럽 추리문학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골드 대거상과 배리상 수상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레이캬비크 시리즈 네 번째 작품(영어 번역본을 기준으로) ‘The Draining Lake'는 냉전시대에 아이슬란드를 두고 벌어지던 미국과 소련간의 스파이 경쟁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헤닝 만켈의 발란더 시리즈의 최종 작품인 'The Troubled Man' 역시 냉전 시대 스파이와 연관을 지은 소설로 알려져 있다. 또한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The Redbreast' 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르웨이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신나치주의 운동을 소재로 하고 있다. 밀레니엄 3부와 마찬가지로 위에서 언급한 소설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라는 틈속에서 좌파와 우파라는 이데올로기와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로 얼룩진 북유럽 국가들의 과거사를 문학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3부에서 주목해 볼 다른 하나는 이 소설에서 언급되거나 등장하는 실제 인물들일 것이다. 추리 소설에서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는 않다. 픽션이라는 특성으로 인해서 허구화된 캐릭터가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인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점에서 밀레니엄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마치 스웨덴의 정치사를 공부하는 개론서인양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과거 스웨덴 정부의 수상이나 정치가, 예를 들어 70년대 후반 수상을 역임한 토르비에른 펠딘, 암살로 인해서 잘 알려진 올로프 팔메, 2003년 암살된 외무부 장관 안나 린드 등이 언급된다. 특히 토르비에른 펠딘은 실제로 소설에 등장하여 예르셰르 홀름베리 형사와 만나는 장면이 묘사되기도 하여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더욱 흥미를 안겨주고 있다. 또한 CIA 방첩국장을 역임하였고 냉전 시대 동안 미국과 소련간 스파이 전쟁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했던 제임스 지저스 앵글턴이 언급된 점 또한 흥미롭다. 2006년에는 맷 데이먼과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헐리우드 영화 ‘굿 셰퍼드’가 제임스 지저스 앵글턴의 삶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과거 냉전시대의 유산으로 여겨지는 스파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한 듯 보인다.


리스베트는 자신이 직면한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 그것을 위해서 그녀의 변호사인 안니카는 어떤 전략을 짜야할까? 민사사건만 주로 해왔던 그녀가 과연 리스베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있을까? 리스베트를 사회에서 매장시키려고 하던 세포내의 그 비밀조직들은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 간의 대립과 여러 조직들 간의 대립이 이루어지면서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점점 긴장을 늦출 수가 없고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날는지 독자로 하여금 상상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단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원래 밀레니엄 시리즈가 스티그 라르손에 의해서 10부작으로 계획되었던 만큼 3부작이 끝나 리스베트와 미카엘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종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스웨덴 정치와 경제에 얽힌 더 많은 미스터리가 밀레니엄 잡지사의 주변에 일어날 것 같고, 그래서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모험은 계속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책장을 덮고 나서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쉽다. 밤잠을 설치게 만들며 빠져들었던 밀레니엄 시리즈를 더 이상 접하게 될 수가 없다는 자체가 아쉽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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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창 2011.05.26 18: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나중에 번역을 직접 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니 정말 기대가 됩니다. 외국어도 잘 하시겠지만 워낙 우리말 실력이 출중하셔서 좋은 번역을 하실 것 같아요. ^^

    스티그 라르손이 4~10부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배치할 생각이었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더라고요. 물론 제 상상력으로는 4부 이상으로는 넘어가질 못합니다만... ^^

    라르손의 여자친구가 언젠가 뒷부분을 이어쓸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지요? 그리 되면 이야기가 4부로 이어지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1~3부의 좋은 기억이 훼손될까 우려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27 09: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쉽긴 하지만 3부에서 종결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지요.^^ 밀레니엄이 출간되고 여러 기회를 얻어서 원서와 번역서 모두 완독을 하게 되어서 저는 기쁘군요. 한국에서의 반응이 그다지 폭발적이지 않은 점이 좀 아쉽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