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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매는 한국에서도 대실 해밋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졌던 작품이다. 이 소설은 그동안 세 번이나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1940년에 발표되어 아카데미상 세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동명의 영화가 유명하다.

1995년 미국추리작가협회(the Mystery Writers of America)에서 발표한 시대를 초월하는 최우수 범죄소설 100편(The Top 100 Crime Novels of All Time)을 살펴보면 대실 해밋의 소설 가운데 The Maltese Falcon(몰타의 매), The Thin Man(그림자 없는 남자), Red Harvest(붉은 수확), The Glass Key(유리열쇠)가 포함되어 있어서 대실 해밋의 작품이 어느 정도로 미국 범죄소설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몰타의 매는 이전작 붉은 수확이나 데인가의 저주와 마찬가지로 하드보일드 소설답게 감성이 결여된 냉소적인 사립탐정의 사건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설은 탐정으로 일하는 샘 스페이드에게 한 여성이 찾아와 자신의 여동생이 사라졌다고 하소연을 하면서 시작된다. 사건은 이 원덜리라는 여성의 부탁을 받고 서스비를 미행하던 동료 아처가 밤사이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게 된다. 단순하게 누군가를 찾는 거라고 믿었던 스페이드는 원덜리라는 여성이 사실은 브리지드이며 그녀를 쫓는 다른 인물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스페이드는 브리지드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그의 주변에는 이미 죽은 동료의 아내 아이바 그리고 탐정사무소의 직원 에피라는 여성들이 그와 가깝게 지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스페이드는 주위의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일종의 거리를 두는 차가운 남성(차도남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듯한)의 이미지를 유지한다. 사건을 해결하려고 주변을 탐문하고 때로는 위협을 하기도 하면 반대로 위협을 받는 가운데에서도 그는 굴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소설에 충실한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몰타의 매와 비교하여 최근 탐정소설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를 보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립탐정들의 캐릭터 묘사에서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면모가 많이 드러난다.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인 ‘가라, 아이야, 가라(Gone, Baby, Gone; 2007년 벤 애플렉 감독으로 영화화 되었다)’에서는 책임감이 결여된 철없는 미혼모로부터 실종된 아이를 찾는 과정에서 사립탐정 켄지와 제나로가 아이를 친모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책임감이 없는 친모는 부모로서의 자격이 없는 게 아닌가라는 도덕적인 물음을 던지며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켄지와 제나로의 6번째 작품이자 시리즈의 마지막이 되었던 Moonlight Mile(문라잇 마일)에서도 그러한 인간적인 고민은 여실히 드러난다. 켄지는 아내 제나로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지만 사림탐정으로의 일이 녹록치 않아서 자신의 경제문제를 고민하면서도 양심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당하는데 익숙하면서도 보복을 주저하며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려고 하지 않는 신사이지만 어찌 보면 답답한 탐정이다.


몰타의 매에서 돈을 먼저 밝히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스페이드와는 다른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월의 흐름에 따른 하드보일드 소설에서의 변화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드보일드 소설을 읽으면서 몰타의 매에 등장하는 스페이드처럼 돈을 먼저 밝히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주먹을 휘두르는 거친 탐정과 이와 반대로 상대방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면서도 참고 인내하는 착한 탐정사이에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현대 독자들에게는 감성적인 켄지와 같은 캐릭터에게 더 점수를 주려는 경향이 강할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거칠면서 감정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스페이드와 같은 캐릭터에서도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유부단하지 않고 언제나 자신의 결정을 믿고 이에 따라서 밀어붙이는 불도우저와 같은 사림탐정을 몰타의 매와 같은 고전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아니면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분명한 점은 하드보일드 소설의 비인간적이고 냉소적인 캐릭터 묘사는 초기 하드보일드 장르의 특징이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읽는다면 더욱 작품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대실 해밋의 소설에서 거침없이 독자를 책속으로 빨아들이는 스릴과 통쾌함을 찾게 된다면 당신은 하드보일드 매니아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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