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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The Janissary Tree(예니체리 나무)로 2007년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부문에서 수상한 제이슨 굿윈의 한국어 번역본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제이슨 굿윈의 환관 야심 시리즈는 현재까지 4작품이 출간되었는데, 가장 최근작 ‘An Evil Eye'에서는 오스만 함대의 사령관이 이집트로 망명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의 시작은 오스만 투르트 제국 시대에 술탄을 위협하는 과도한 특권을 누렸던 예니체리 부대가 개혁을 추진하려던 술탄에 반대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신위병 부대에 의해서 결국 와해되는 1826년 사건의 10년 후를 묘사하고 있다. 그 당시 술탄 마흐무트 2세는 군대 열병식을 계획하는데 어느 날 신위병 장교 4명이 실종되어 한 사람씩 시신이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되면서 당시 200만 인구의 이스탄불을 긴장시킨다. 설상가상으로 하렘에서는 궁녀 하나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생겨서 온 왕궁이 소란스러워진다. 그런 와중에 총사령관 세라스케르는 환관 야심에게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부탁하게 되고 야심은 그 과정에서 엄청난 비밀을 밝혀내게 되는데...


책의 제목 ‘예니체리 나무’가 암시하는 대로 이 소설의 주요 테마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 역사에서 권력을 누리던 예니체리 부대에 관한 내용이다. 예니체리 나무는 이스탄불 히포드롬 광장 안에 있는 나무를 지칭하는데 투르크제국의 군대인 예니체리 부대가 그 나무의 그늘아래에서 음모를 꾸미고 반대파의 목을 매달기도 했다고 한다. 번역서 뒤편에는 부록으로 예니체리 부대에 관한 역사를 수록해서 예니체리란 이름에 생소하거나 이름을 들어보았어도 구체적인 역사적 배경을 잘 모르는 독자들은 소설을 읽어보기 전에 먼저 부록을 읽어보면 소설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예니체리에 얽힌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추리소설의 번역서에서 자주 만날 수는 없는 부록을 수록하여 배경 지식을 제공하고 독자를 배려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이 소설에서 한 가지 특이한 캐릭터가 바로 환관 야심이다. 다른 추리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오스만 투르크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특이하지만 더구나 환관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여타 추리소설과는 다른 독특함을 주고 있다. 야심은 처음부터 탐정이라는 수식어를 붙을 만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때로는 여인을 보고 욕정을 품기도 하고 취미로 요리를 즐긴다. 그리고 친구가 다치면 신경을 쓰는 감성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야심은 환관으로서 궁정에서 명령하는 대로 사건을 해결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궁정에서 야심에게 그를 도와줄 인원을 제공하는 것도 없고 빨리 해결하라고 재촉하는 게 전부이다. 그는 대사나 춤꾼 같은 자신의 주변 인맥을 동원해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직접 용의자를 만나서 죽음의 위협을 느끼게도 되는 모험을 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형사나 사립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에 익숙한 독자에게 환관이 투박하게 사건의 전말을 밝힌다는 점에서 생소함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생소함이 ‘예니체리 나무’의 이국적인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어느 순간 과거의 이스탄불 시내를 거닐고 있는 듯 한 착각이 든다. 저자 제이슨 굿윈은 풍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19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모습을 완벽하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녹아들게 한 작품성을 보여주었다. 과거 이스탄불을 무대로 종횡무진 사건 해결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직관력과 감각을 보여주는 야심의 활약을 다음 작품에서도 기대하게 된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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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창 2011.06.23 17: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새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에도 깔끔히 정리해주셨네요.

    지난번 말씀해주신 책 제목이 여기에 나오는군요. ^^ 책의 부록 말씀에 동의하게 됩니다. 역사적 배경을 잘 아는 독자도 있겠지만 다수는 그렇지 못하니, 부록 형태로 독자를 배려한 점이 좋게 보이네요.

    필론 님 전공이 역사학이라 그런지 역사 추리소설 리뷰가 특히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24 09: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창님 저의 리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성은 분명 있는데 읽는 독자에 따라서 평가가 갈릴만한 작품이더군요. 역사 소설은 역시 저와는 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비록 검은계단은 정말 재미있었지만 말이지요.^^



2004년 ‘아웃’의 영어판이 미국의 대표적 추리문학상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소설 부문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일본을 넘어 미국에서도 주목받게 된 기리노 나쓰오의 무라노 미로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이 오랫동안 기다리던 독자 곁으로 찾아왔다.


어느 날‘성인비디오의 인권을 생각하는 모임’의 대표 와타나베가 여성 사립탐정 무라노 미로를 찾아온다. 와타나베는 대뜸 잇시키 리나라는 내레이터 모델이 출연한 성인 비디오를 틀어서 보여준다. 그리고 실종된 잇시키 리나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게 된다. 무리노는 먼저 잇시키 리나가 출연했던 비디오를 제작한 회사와 가타야마 감독을 찾아가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하지만 헛수고에 그치고 만다. 결국 무라노는 함께 출연하였던 남자 배우 가네코를 만나면 잇시키 리나의 실종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보는 가운데 갑작스런 협박전화를 받게 되는데…….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의 주인공은 무라노 미로이다. 여성 사립탐정은 추리소설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캐릭터는 아닌 듯 보인다.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성 사립탐정은 예를 들어, 문라잇 마일을 마지막 작품으로 종결된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에서 켄지의 아내로 등장하는 제나로 정도이다. 그리고 대표적인 여성 사립탐정 시리즈는 한국에서는 골드대거상 수상작 ‘블랙리스트’가 소개된바 있는 새러 패러츠키의 V.I. 워쇼스키 시리즈를 들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이라는 배경의 차이는 있지만 워쇼스키와 무라노 미로는 비슷한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다. 경찰이라는 공권력의 틀에 얽매여 있지 않은 사건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립탐정은 경찰소설에서 보이는 이상의 자유스러움이 소설에서 드러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설에서 사립탐정은 경찰과 용의자, 심지어 일반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기 일쑤이고 협박을 받아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워쇼스키의 경우도 그렇듯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에서 무라노 미로는 여성이라는 취약점을 고스란히 안고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서 위험한 사건을 해결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캐릭터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헤닝 만켈,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그리고 요 네스뵈 등으로 대표되는 북유럽 경찰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체포 영장이나 수색 영장을 들이대고 강압적으로 수사하며 용의자를 압박하는 강한 형사의 이미지를 사립탐정 소설에서는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일반 독자들이 경험하기 힘든 사립탐정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간접 경험한다는 의미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언제나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좌충우돌 조금은 투박하지만 특유의 직관으로 조금씩 사건의 전말에 다가서는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는 그 재미가 바로 사립탐정 무라노 미로 시리즈를 좋아하는 추리문학 매니아들이 꼽는 주된 매력이 아닐까 싶다.


기리노 나쓰오. 그녀의 소설은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드러나듯 사회의식을 담은 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 독자를 사로잡는 고급스러운 매력이 있다. 다소 불편한 심기로 바라볼 수도 있는 사회의 부조리와 문제들을 추리소설로 승화시키는 그녀의 필력이 어김없이 드러나는 소설이 바로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이다. 우리는 그녀의 소설을 통해서 사회 속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들을 바라보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흥미로움을 추구하는 여타 추리소설 이상의 의미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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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창 2011.06.08 16: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의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서포터즈로 좋은 글을 적여주셔서 출판사에서도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

    그런데 미로 시리즈도 순서대로 나오지 않는 모양이네요? 이 작품은 미로 시리즈 초기작인 것 같은데 '다크'가 먼저 번역되지 않았었는지요?

    • BlogIcon 필론 2011.06.09 09: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창님의 말씀대로 다크가 먼저 번역되었더군요.^^ 영미권 소설이건 일본 소설이건 시리즈 순서대로 출간하지 않는건 문제라고 봅니다.^^

  2. BlogIcon 일창 2011.06.10 23: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이상하다 싶었는데 출간순서가 바뀌었군요. 인기가 많은 일본 추리소설도 그렇다니 아쉽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11 08: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번역자들이 임의대로 원고를 출판사에 내서 번역서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듯 보입니다. 출판사에서 주도적으로 시리즈를 총괄해서 순서대로 출간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지요.^^

  3. BlogIcon 일창 2011.06.11 22: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렇군요. 출판사에서 좀 더 시리즈에 대한 장기적 안목과 장악력을 갖췄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주먹구구라고 해야 하나 그런 식인가 봅니다.

    발 맥더미드 신작 소식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추리문학 정보를 따로 알아보지 않고 필론 님의 알찬 블로그만 드나들고 있어서 제가 소식이 늦네요. ^^

    • BlogIcon 필론 2011.06.13 09: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제가 발 맥더미드 팬은 아니지만 혹시나 신작 소식이 있나 해서 한번 살펴보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올해 9월에 하드 커버가 출간되려는것 같더군요.

  4. BlogIcon 일창 2011.06.13 18: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신작 스케줄을 그렇게 미리 챙기시는 것이 저는 신기합니다. 책 나올 때마다 헉헉 따라가기 바빠서요. ^^

    오늘 뉴스 보니까 번역가 정태원 님이 별세하셨다고 하네요. 추리문학에 애정이 많아서 국내에서는 이 분야를 개척하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소식 듣고 안타까웠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14 08: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제가 알거나 관심있는 작가의 정보에만 신경쓰는 것이니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일창님의 글처럼 저도 신작 정보나 추리문학상 수상작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싶지만 여의치가 않네요.^^

  5. BlogIcon 부엉이가우는밤 2011.06.14 09: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님은 주로 섬세한 작품들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어떤 작품들을 좋아하세요?

    저는 헤닝만켈의 발란더 시리즈를 뒤늦게 읽기 시작해서 저번주에 1권 끝냈습니다. 아~ 연달아 2권 읽고 싶었지만 잠시 쉬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케이트 앳킨슨의 케이스 히스토리즈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초반읽고 있어서 재밌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벌써부터 감이 옵니다. 이 작가를 좋아할것 같습니다. 사실 이책 읽기전에 요 네스보의 스노우맨을 읽어볼까해서 몇장 읽었는데, 헤닝 만켈 책을 읽은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요 네스보의 스타일이 조금은 낯설더라구요. 그래서 다음기회로 넘겼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15 09: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요 네스뵈는 저도 낯설더군요.^^ 벙이벙이님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저의 취향에 안맞아서 그런건지도 모르고 아니면 북유럽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미국적인 하드 보일드 성향이 강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중견작가 가운데에는 마이클 코넬리와 피터 로빈슨을 가장 좋아합니다. 경찰 소설을 주로 읽는 편이라서 그런가봅니다.^^
      발란더 시리즈를 읽으신다니 부럽습니다.^^ 가끔 리뷰도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6. BlogIcon 부엉이가우는밤 2011.06.16 05: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리뷰를 올려야 할텐데요. 자꾸만 미뤄지고 있습니다.(제 글솜씨를 잘 알고 있어서 미루고 있습니다.)
    경찰소설을 주로 읽으시는 군요. 마이클 코넬리는 아는데 피터 로빈슨은 잘 모르겠습니다. 필론님이 좋아하신다니 기회가 있으면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16 09: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마이클 코넬리는 하드보일드적인 경향이 강해서 처음부터 좋아했던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피터 로빈슨의 소설이 저의 취향에 잘 맞는 편이더군요. 이 두 작가는 헤닝 만켈과도 작품의 성향이 좀 비슷한것 같습니다. 유럽 특유의 경찰소설이지요. 발란더 시리즈를 읽으시면 나중에 드라마 발란더도 보시면 만족해 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범죄 드라마 중에서는 최고인듯 싶더군요.^^

  7. BlogIcon 부엉이가우는밤 2011.06.17 08: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헤닝 만켈의 작품 성향과 비슷하다고 말하시니 흥미가 생깁니다. 한국사이트에서 피터 로빈슨의 책을 검색해보니 없더군요. 아직 번역된 책이 없나 봅니다.
    드라마 발란더는 나중에 꼭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17 21: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예. 피터 로빈슨이 아직 한국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것 같더군요. 벙이벙이님께서 유럽의 경찰소설을 좋아하신다면 피터 로빈슨이나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작품도 즐기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8. 2011.06.17 23:55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아웃’으로 일본인 최초로 미국의 대표적 추리문학상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소설 부문에 오르며 미국에서도 주목받게 된 기리노 나쓰오. 그녀의 무라노 미로시리즈의 외전격인‘물의 잠 재의 꿈’은 청년 시절 무라노 젠조의 이야기이다.


1963년 9월 5일 <주간 담론>의 특약 기자 무라노 젠조는 지하철 안에서 발생한 폭발현장을 목격하고 이 사건이 세기의 관심을 끌고 있는 소카 지로의 또 다른 범행이라는 직감을 가지게 된다. 소카 지로는 1959년 12월을 시작으로 1963년 7월에 이르기까지 다이마루 백화점, 일본 극장, 시마쿠라 지요코 후원회 사무소, 뉴 도호 극장 등에서 발생한 폭발에 책임이 있는 강력한 용의자였다. 그가 9월 다시 범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연예인 요시나가 사유리에게는 소카 지로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돈을 요구하는 협박 편지를 보내어 경시청을 긴장시키는데...


기리노 나쓰오의 ‘물의 잠 재의 꿈’은 일본 역사상 대표적인 미해결 사건으로 알려진 소카 지로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역시 1960년대의 일본 사회와 소카 지로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의 몸값’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1960년대의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경제 성장(한국전쟁이 이 성장에 기여한 바가 크다)과 올림픽 개최 준비로 인해서 일본인들의 기대감이 극도로 고취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고속 성장하는 사회의 이면에는 2차 세계대전으로 가족을 잃거나 부상당한 상처를 잊지 못하는 세대와 소외 계층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1960년 미일상호방위조약에 반대하여 벌어진 안보투쟁과 도쿄대 사건은 그 당시 일본 사회의 정체성과 젊은 세대가 고민하던 이데올로기의 혼란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에서 그러한 일본 사회 속에서 젊은이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엿볼 수 있다. 주인공 무라노는 도쿄 대공습으로 부모님과 여동생이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소신을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이 손해를 입어도 마다하지 않는 정의파이다. 이와는 좀 다르게 그의 친구이자 기자인 고토는 기회주의자이자 신분 상승을 위해 물질 만능주의를 지향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무라노의 조카 다쿠야를 찾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만나게 된 다키, 그녀의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고 딸에게 폭행을 일삼아 결국 다키는 가출을 하게 된 당시 방황하던 청소년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기리노 나쓰오는‘물의 잠 재의 꿈’에서 가치의 혼란과 기회를 추구하던 젊은 세대의 삶을 소카 지로 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사회 문제를 다룬 멋진 추리소설로 탄생시켰다. 비록 1960년대의 일본 사회가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이질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젊은 세대의 고민은 존재한다. 사회 문제를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잘 융화시킨 기리노 나쓰오의 ‘물의 잠 재의 꿈’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한번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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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창 2011.06.05 20: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기리오 나쓰오는 몇 권 읽었는데 이 책은 아직 보지 못한 소설이네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1950~60년대 일본을 다룬 소설을 보면 한국 독자로서는 좀 낯설 때가 있더군요. 그 시대는 국교 단절 시기라 정보가 좀 제한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나이로 볼 때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그 시대를 되살렸겠네요. ^^ 좋은 글 고맙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06 09: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따끈따끈한 신간이라서 기대를 하며 읽었습니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은 사회문제를 다룬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흥미로움과 진지함이 동시에 느껴져서 좋은것 같습니다.^^ 일창님 저의 리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 BlogIcon 일창 2011.06.07 08: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제가 찾아봤더니 정말 엊그제 나온 신간이네요. ^^ 대단하십니다. 두 권이 한꺼번에 출간된 모양이지요? 일본 추리소설은 기본 판매량이 있는 것 같은데, 출판사에서도 최근 책을 바로바로 번역해주니까 선순환 싸이클이 돌아가는 듯 해서 부럽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07 08: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기리노 나쓰오의 인지도가 높은 이유도 있을 것이고 일본 추리소설의 출간이 한국에서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경향을 반영한듯 보입니다.^^
      서포터즈의 특권 같은거겠지요.^^ 신간을 다른 독자보다 먼저 접할 수있다는 점이 그래서 좋은 것 같네요.

  3. BlogIcon 일창 2011.06.18 01: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요즘 제가 추리소설도 많이 못 읽고 관련 글도 못 올리고 있는데 자주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추리소설과 고대사 모두 필론 님께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데 영 여유가 안 나네요. ^^ 그래도 필론 님이 계시니 언제든 모르는 것 있으면 여쭤보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은 혼자 부자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

    • BlogIcon 필론 2011.06.18 09: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읽고싶은 책은 많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창님께서 종종 좋은 글도 올려주시고 추리문학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수있다는 점이 저는 좋습니다.^^

  4. BlogIcon 일창 2011.06.19 13: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ㅎㅎ 제가 필론 님이나 새알밭 님이라면 저랑 수준이 잘 안 맞아서 놀기 싫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야기를 해주시니까 고맙습니다.

    필론 님께서는 신중하게 책을 고르시니까 성공률이 높으실 듯 합니다. 필론 님처럼 능력 있는 분이야 블로그 바깥에서도 많이 바쁘실 터이고, 그러니 아무래도 아무 책이나 읽으실 수는 없으시겠지요.

    인터넷 서평을 하시면서 보시는 책들은 대개 서포터를 안 하셨더라도 보셨을 책인가요? 아니면 서포터 때문에 별도로 읽으시게 된 책들인지 궁금합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20 08: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ㅎㅎ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저보다 일창님의 내공이 더 높으시니 제가 더 배울점이 많은걸요. 서포터즈 리뷰 가운데 제가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리는 것들만 서포터즈 여하에 상관없이 읽어보고 싶은 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장르에 상관없이 다독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므로 모든 책을 다 읽고 싶을 수는 없지요.^^

  5. 2011.06.21 01: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21 09: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이번 서포터즈에 지원하게된 계기가 사실 할런 코벤과 기리노 나쓰오가 라인업 목록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작가가 없었으면 신청도 안했을겁니다.^^ 기리노 나쓰오는 저의 기대에 부응했는데 할런 코벤은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6. BlogIcon 일창 2011.06.22 05: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그렇군요. 라인업이 좋아서 필론 님께서 지원하셨다니 두 작가에게 고맙군요. ^^ 할런 코벤도 곧 나오는 모양이지요? 'Tell No One'은 영화화가 잘 진행이 되는 모양이더군요.

    필론 님 참 '라인업'이라는 앤솔로지는 보셨어요? 픽션이 아니라 이런 것은 안 보시는지 모르겠지만, 필론 님의 평가가 궁금하네요.

    • BlogIcon 필론 2011.06.22 09: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할런 코벤의 스탠드 얼론 두 작품이 올해 안에 출간될 예정이라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라인업 저도 들어보았고 해리 보쉬에 대한 부분을 읽어보았습니다. 어떻게 읽었는지에 대한 부분은 이야기가 좀 깁니다만.^^ 그다지 인상적인 책은 아니더군요. 트루 크라임은 저도 좋아해서 존베넷 램지 살인사건에 관한 책을 관심있게 읽어보곤 했습니다만 라인업은 트루 크라임도 아니고 캐릭터의 탄생 이야기라서 그런지 저에게는 흥미를 주지는 못하더군요.^^

  7. BlogIcon 블랑블랑 2011.07.04 18: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기리노 나쓰오' 너무 좋아요~ㅎ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은 읽었는데 이건 아직 못 읽고 있네요~ 얼른 읽어야겠어요.
    리뷰 잘 보고 갑니당~^^*

    • BlogIcon 필론 2011.07.05 21: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은 상당한 매력이 있더군요.^^
      진지한 소재로 쓰는 추리소설인점이 좋은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천만 부 이상이 팔리고 배리 상(Barry Award)에서 선정한 최근 10년간의 최우수 미스터리 소설상을 비롯한 각종 추리문학상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과시한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이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밀레니엄이라는 잡지의 편집주간 겸 주주이다. 독신으로 살고 있으며 주변에 여자들이 따르는 매력남인 그는 소설의 초반부에 베네르스트룀이라는 거물 경제인과의 소송에서 패한 뒤 반예르 그룹의 은퇴한 회장 헨리크 반예르로부터 솔깃한 제의를 받게 된다. 헨리크 반예르의 조카 고트프리드의 딸인 하리에트가 1966년도에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헨리크 반예르는 하리에트가 살해되었다고 그 동안 의심해왔지만 경찰의 조사도 헛수고였고, 하리에트의 행방을 찾는 그의 개인적인 노력도 허사였다. 헨리크 반예르는 미카엘에게 1년 동안 하리에트의 실종에 관한 비밀을 밝혀줄 것을 제안하고 미카엘은 이 제안을 수용한다. 하리에트의 실종에 관계된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블롬크비스트에게는 그가 눈치 채지 못한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데…


밀레니엄 1부의 제목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여러 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이다.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여성 해커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소설 속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과거 추리소설에서 범죄자에게 희생양이 되는 연약한 여성상과는 대조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애쓰며 주변의 도움을 거부하는 독립적인 삶을 꾸려나간다. 자신의 장기인 해킹 실력으로 다른 이들 몰래 감시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골탕 먹이기도 하는 살란데르는 1부에서는 미카엘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주로 하지만 2부와 3부에서는 주도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세력과의 전면전에 나서게 된다. 미카엘의 누이동생 안니카는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녀가 학대받는 여성을 대변해주는 변호사이자 여성 운동가라는 점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가정 폭력을 주제로 한 소설임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고 볼 수 있겠다. 밀레니엄에서 가장 특이한 여성은 바로 미카엘과 육체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밀레니엄의 공동 주주인 에리카이다. 그녀는 결혼해서 남편이 있음에도 여전히 미카엘과 성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대담한 여성이다. 이렇게 밀레니엄 1부를 읽으며 각자 개성 넘치는 여성들의 삶을 들어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볼 수 있겠다.


밀레니엄을 읽으며 느끼는 또 다른 재미는 소설 속에서 나오는 실제 작가들의 이름이다. 추리 문학 매니아라면 익숙한 고전 추리소설계의 대표적인 작가인 도로시 세이어즈, 알파벳 시리즈로 명성을 얻고 있는 수 그래프턴, 영국추리작가협회의 골드대거상과 올해 에드거 그랜드 마스터 상을 수상한 새러 패러츠키, 영국 ITV의 인기 범죄 드라마 Wire in the Blood로도 유명한 스코틀랜드 작가 발 맥더미드(토니 힐& 캐롤 조던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인어의 노래’가 한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조지, 이들 모두 과거와 현재의 시간 속에서 여성 추리문학 작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 스티그 라르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추리문학에 대한 지식을 이 소설에서 드러내고 있다.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 밀레니엄 1부는 기본적으로 미카엘이 실종된 하리에트를 찾는 추리소설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살인, 폭력, 섹스 등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경찰소설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특색이다. 북유럽 추리문학계는 경찰소설이 대세인데 이미 영미권에서 위치가 공고한 스웨덴 작가 헤닝 만켈(발란더 시리즈)이나 최근 몇 년간 골드 대거상과 배리상 수상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이슬란드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레이캬비크 시리즈), 그리고 에드거 상 후보로 오른 경력을 가지고 있는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스노우 맨’이 올해 한국에서 출간될 예정)와 같은 작가는 이미 추리문학 매니아들 사이에서 익숙한 이름이 되어버렸다. 밀레니엄에서는 신문기자와 해커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독특한 구조를 소설에서 담고 있다. 경찰이 개입하지 않고 사립 탐정(밀레니엄 1부에서는 미카엘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에 의해서 사건이 해결되는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요소가 북유럽 특유의 환경과 결합하여 미국에서 더 큰 인기를 끌게 된 이유인 것은 아닌지 추측이 가능하다.


밀레니엄 1부에서 주목하여 볼 점은 이 소설에 저자 스티그 라르손의 사회 고발적 의식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각장의 도입부에는 스웨덴 여성이 남성의 폭력에 어느 정도로 노출되어 있는지에 대한 통계가 잠깐씩 언급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세실리아의 남편, 예뤼 칼손이 폭력적인 남편으로 묘사된다. 가정 폭력은 비단 스웨덴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 여성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주변 남성의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여성을 향한 폭력은 심각할 수준에 도달하였다(얼마 전 2011 INPUT 서울 총회를 기념하여 방영된 ‘에이미 이야기’가 미국 내 가정 폭력을 심도 있게 다룬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지역사회나 공권력이 가족의 틀이라는 장벽을 넘어서 개입하기를 자제하고 단순히 가정사로 치부하며 쉬쉬하는 동안 그 심각성이 더해 간다는 점이다. 한국과 같은 가부장적인 전통이 강한 나라는 그 사정이 더할 것이다.

또한 인종 차별과 극우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도 엿볼 수 있는데 소설 속에서 헨리크 방예르의 형 리샤르드가 극우주의자로, 하랄드는 인종우생학을 지지했으며, 하랄드와 그레예르는 파시스트 운동에 가담했음이 언급된다. 이렇듯 밀레니엄은 흥미를 우선시한 스릴러이지만 동시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자가 전달하고자한 사회 문제를 느낄 수 있다. 밀레니엄을 읽으면서 그 속에 녹아있는 사회 고발의 의미를 한번쯤 되짚어본다면 고인이 된 스티그 라르손이 평생 맞서고자 했던 인종 차별이나 극우주의와 같은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문제가 비단 스웨덴만이 처한 문제가 아닌 인류 모두가 해결해야 될 점이라는 인식에 조금은 동참할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밀레니엄은 한번 책을 들으면 놓을 수 없는 강력한 흡인력이 매력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시종일관 독자의 시선을 소설 속에 머무르게 하는 흥미진진한 페이지 터너(page turner: 책장을 계속 넘겨야 될 정도로 재미있는 책을 일컬음)를 찾는다면 밀레니엄이 바로 그러한 독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싶다.


추리 문학상 수상 현황

2008년 CWA(영국추리작가협회) 인터내셔널 대거상(International Dagger Award) 후보작

2009년 매커비티 (Macavity) 신인상 수상

2009년 앤서니 (Anthony) 신인상 수상

2009년 배리 (Barry) 최우수 영국소설상(Best British Novel) 수상


오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197페이지 위경 --> 외경

옮긴이 주 434페이지 오셰 에드바르드손 --> 오케 에드바르드손

옮긴이 주 431페이지 Enid Byton --> Enid Blyton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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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8 02:2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28 09: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뭐라고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군요.^^ 이미 주문하셨다니 먼저 읽어보시는건 어떠실런지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 2011.05.31 23:44 Address Modify/Delete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01 09: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의 리뷰가 읽을만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신다면 저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추리문학 신간이나 추리문학상 소식을 많이 올리려고 했었는데 요즘은 주로 리뷰를 올리는 바람에 글이 단조롭더라도 이해해주세요.^^

  2. BlogIcon 일창 2011.05.30 14: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 주말 잘 보내셨어요? 요즘 날씨가 좋던데 가끔 바람도 쐬시고 하십시오. ^^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추리문학상 수상 경력을 정리해주셔서 잘 봤습니다. ^^ 추리소설 위키가 있어서 번역본 현황과 수상 경력이 잘 정리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네요. 출판사들도 참조해서 빠진 수상작들을 번역해 내기 쉽도록 말이죠.

    • BlogIcon 필론 2011.05.30 17: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창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추리문학상 수상작 정보와 번역서의 정보를 한 곳에서 얻을수 있다면 독자들도 편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3. BlogIcon 일창 2011.05.31 08: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께서 번역서를 준비하신다니 이만큼 반갑고 기쁜 소식이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거절을 했다고 하시는데, 참 앞날을 볼 줄 모르는 출판사라는 생각이 들고요. 앞으로 기회가 분명 있으실 터인데 잘 되셨으면 합니다. ^^

  4. BlogIcon 일창 2011.06.01 08: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예. 물론이지요. 추리 독자라면 누구라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잘 되시길 빕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01 09: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창님께서 응원해주시니 힘이 나는군요.^^ 일창님께서도 즐거운 한주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밀레니엄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스티그 라르손의 트릴로지 마지막 소설이다.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2008년 북유럽 최고의 추리문학상인 유리 열쇠상(Glass key Award)을 수상하였고, 2010년 CWA(영국추리작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인터내셔널 대거상(International Dagger Award) 후보작이었다.


1부에서는 미카엘이 헨리크 집안 이야기를 조사해서 하리예트를 찾아낸다는 이야기인 반면 2부는 주로 리스베트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중 마지막 시리즈 격인 3부에서는 리스베트의 가족사를 넘어 경찰조직 세포라는 비밀경찰에 이르는 과거 스웨덴의 정치사와 얽힌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2부의 결말 부분이 다소 모호한 상태로 종결되어 2부를 읽은 후에는 3부를 읽지 않고는 절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일어날 정도이다.


3중 살인의 용의자로 쫓기던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자신의 주특기인 해킹실력으로 자신이 누구에게 쫓기고 있으며 또한 이 모든 일을 저지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게 된다. 그들의 만남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며 이번에야 말로 끝을 내려고 그들을 찾아갔다가 오히려 부상을 당하게 되고, 3부에서는 살란데르의 처절한 응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밀레니엄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에서 주목해 볼 점 가운데 하나는 이 소설의 주된 테마가 과거 냉전 시대에 스웨덴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민감했던 스웨덴 내부의 정치가 연관 지어진다는 것이다. 살란데르와 관련해서 스웨덴 비밀경찰 세포가 냉전 시대의 국가적 이익을 위해서 한 사람의 인권을 유린할 수가 있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간의 양대 진영의 대립되는 소위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북유럽 추리문학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골드 대거상과 배리상 수상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레이캬비크 시리즈 네 번째 작품(영어 번역본을 기준으로) ‘The Draining Lake'는 냉전시대에 아이슬란드를 두고 벌어지던 미국과 소련간의 스파이 경쟁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헤닝 만켈의 발란더 시리즈의 최종 작품인 'The Troubled Man' 역시 냉전 시대 스파이와 연관을 지은 소설로 알려져 있다. 또한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The Redbreast' 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르웨이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신나치주의 운동을 소재로 하고 있다. 밀레니엄 3부와 마찬가지로 위에서 언급한 소설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라는 틈속에서 좌파와 우파라는 이데올로기와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로 얼룩진 북유럽 국가들의 과거사를 문학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3부에서 주목해 볼 다른 하나는 이 소설에서 언급되거나 등장하는 실제 인물들일 것이다. 추리 소설에서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는 않다. 픽션이라는 특성으로 인해서 허구화된 캐릭터가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인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점에서 밀레니엄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마치 스웨덴의 정치사를 공부하는 개론서인양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과거 스웨덴 정부의 수상이나 정치가, 예를 들어 70년대 후반 수상을 역임한 토르비에른 펠딘, 암살로 인해서 잘 알려진 올로프 팔메, 2003년 암살된 외무부 장관 안나 린드 등이 언급된다. 특히 토르비에른 펠딘은 실제로 소설에 등장하여 예르셰르 홀름베리 형사와 만나는 장면이 묘사되기도 하여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더욱 흥미를 안겨주고 있다. 또한 CIA 방첩국장을 역임하였고 냉전 시대 동안 미국과 소련간 스파이 전쟁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했던 제임스 지저스 앵글턴이 언급된 점 또한 흥미롭다. 2006년에는 맷 데이먼과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헐리우드 영화 ‘굿 셰퍼드’가 제임스 지저스 앵글턴의 삶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과거 냉전시대의 유산으로 여겨지는 스파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한 듯 보인다.


리스베트는 자신이 직면한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 그것을 위해서 그녀의 변호사인 안니카는 어떤 전략을 짜야할까? 민사사건만 주로 해왔던 그녀가 과연 리스베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있을까? 리스베트를 사회에서 매장시키려고 하던 세포내의 그 비밀조직들은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 간의 대립과 여러 조직들 간의 대립이 이루어지면서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점점 긴장을 늦출 수가 없고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날는지 독자로 하여금 상상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단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원래 밀레니엄 시리즈가 스티그 라르손에 의해서 10부작으로 계획되었던 만큼 3부작이 끝나 리스베트와 미카엘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종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스웨덴 정치와 경제에 얽힌 더 많은 미스터리가 밀레니엄 잡지사의 주변에 일어날 것 같고, 그래서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모험은 계속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책장을 덮고 나서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쉽다. 밤잠을 설치게 만들며 빠져들었던 밀레니엄 시리즈를 더 이상 접하게 될 수가 없다는 자체가 아쉽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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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창 2011.05.26 18: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나중에 번역을 직접 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니 정말 기대가 됩니다. 외국어도 잘 하시겠지만 워낙 우리말 실력이 출중하셔서 좋은 번역을 하실 것 같아요. ^^

    스티그 라르손이 4~10부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배치할 생각이었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더라고요. 물론 제 상상력으로는 4부 이상으로는 넘어가질 못합니다만... ^^

    라르손의 여자친구가 언젠가 뒷부분을 이어쓸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지요? 그리 되면 이야기가 4부로 이어지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1~3부의 좋은 기억이 훼손될까 우려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27 09: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쉽긴 하지만 3부에서 종결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지요.^^ 밀레니엄이 출간되고 여러 기회를 얻어서 원서와 번역서 모두 완독을 하게 되어서 저는 기쁘군요. 한국에서의 반응이 그다지 폭발적이지 않은 점이 좀 아쉽긴 하지만요.

     

스티그 라르손의 트릴로지 두 번째 작품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에서는 1부에서 미카엘의 조사를 도와주었던 천재적인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밀레니엄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는 2009년 CWA(영국추리작가협회) 인터내셔널 대거상(International Dagger Award) 후보작이었지만 아쉽게도 수상의 영광은 얻지 못했다. 참고로 2009년에 스티그 라르손,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카린 알브테겐, 요 네스뵈와 같은 추리문학 매니아에게는 그 명성만으로도 귀에 익숙한 쟁쟁한 후보자들을 밀어내고 수상한 작품은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프레드 바르가스의 ‘파란 동그라미의 사나이’이다.


리스베트는 미카엘의 일을 해준 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한다. 미카엘은 동생이자 변호사인 안니카의 생일 파티에 갔다가 준비 중이던 책과 특종기사를 쓰고 있는 다그 스벤손과 미아 베리만의 전화를 받고 집에 들르지만 책을 준비 중이던 그와 그의 여자 친구 미아 베리만은 죽은 채로 발견된다. 범행에 사용된 총은 닐스 비우르만 변호사의 것이었고 그의 집을 찾아가보니 설상가상으로 그녀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그 변호사까지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 권총에 살란데르의 지문이 남아있는 것으로 인해서 경찰은 그녀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뒤쫓는다...

밀레니엄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 주목할 캐릭터는 단연 리스베트 살란데르이다. 1부에서도 드러난 그녀의 반사회적인 성향은 어릴 적 겪었던 가족과의 갈등과 상처로 인한 것임이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통해서 독자에게 알려지게 된다. 비밀에 쌓여있던 살란데르의 아픈 과거가 자신의 정적으로 변신한 비우르만 변호사에 의해서 파헤쳐지면서 살란데르는 뜻하지 않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실종된 헨리크 바예르의 조카를 찾는 과정을 독립된 이야기로 전개된 소설이고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미카엘을 소설의 후반부에 돕는 역할로 등장한다. 이에 반해서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읽고 난 뒤 독자들은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를 바로 읽지 않고는 못배길정도로 2부와 3부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스티그 라르손의 사회의식은 밀레니엄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나는데 2부에서는 여성 인신매매가 그 주된 테마이다. 다그 스벤손과 그의 여자 친구인 미아 베리만은 여성의 인권이 인신매매로 인해 유린되는 상황을 조사한다. 스웨덴에서 주로 동유럽 국가의 여성들이 일자리를 준다는 꾐에 넘어가 입국하여 법적인 보호와 최소한의 인권마저 박탈당하며 성매매에 이용당한다. 이 과정에서 인신매매를 일삼는 불법 조직이 개입하고 심지어 경찰 공무원과 변호사까지 은밀히 성구매를 하는 어두운 현실이 밝혀지게 된다.


밀레니엄 2부가 다루고 있는 여성 인신매매는 다른 추리문학 작가들도 종종 소재로 이용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같은 스웨덴 출신이면서 이미 영미권에서 추리문학 작가로서의 위치가 확고한 헤닝 만켈이다. 그의 2001년 영국추리작가협회 골드대거 최우수 장편소설 부문 수상작 'Sidetracked' 에서는 어린 여성들이 성이라는 폭력에 인권이 유린당하는 아픈 스웨덴의 현실을 소설에서 잘 묘사되고 있다. 또한 에드거 상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은 미국의 의학 스릴러 작가, 테스 게리첸의 ‘Vanish’(한국에서는 '소멸'이라는 제목으로 랜덤하우스에서 출간)를 예로 들 수 있다. 테스 게리첸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동구권 또는 러시아 여성들이 인신매매의 형태로 미국이나 서구권 국가에서 성매매의 올가미에 씌워지는 어두운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헤닝 만켈이나 테스 게리첸과 같은 여러 작가들이 이룩해놓은 문학적 환경과 토대를 바탕으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이라는 대작이 탄생하게 된 것은 아닌지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밀레니엄이 다른 추리문학과 분명하게 차별되는 점은 저자 스티그 라르손이 기자로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애쓴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이 소설에서 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전체적으로 큰 스케일의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여타의 다른 소설들과 비교해서 본다면 오산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특이한 캐릭터의 주인공 리스베트도 그러하다. 어릴 적 가정 폭력에 희생당해 정신병기질이 있는 천재적인 그러나 겉으로는 다 자라지 않은 그런 모습의 한 여자. 그녀가 겪어 온 삶을 있게 한 사회의 책임은 무엇인지에 관점을 맞추어 본다면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라 사회의식을 담은 진지한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한국판 제목이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위험한 불과 논다는 표현은 그러한 거친 삶을 살아온 리스베트에게는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한다.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을 증오하는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는 한번 잡으면 놓기 어려운 매력적인 스릴러임에 틀림없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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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리앤 2011.05.23 17: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표지가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기대됩니다. 읽어봐야겠어요 ^^

    • BlogIcon 필론 2011.05.24 08: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리앤님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영국판 표지를 본딴 이번 웅진에서 재출간한 밀레니엄(리앤님도 아시듯 아르테 출판사의 밀레니엄과는 표지가 다르지요)의 표지가 무척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 BlogIcon 일창 2011.05.24 11: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밀레니엄' 2부 리뷰를 올려주셨군요. 고맙습니다.

    이 작품은 스웨덴 사회상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은데, 필론 님께서 잘 집어서 설명해주셔서 잘 이해가 되었습니다. 헤닝 만켈과 테스 게리첸 작품과 연관시켜 주신 점은 역시 독서폭이 넓으시니 가능하셨던 것 같네요. ^^

    CWA 해외부문 상에서 파란 동그라미에 밀린 것은 좀 아쉬운 결과입니다. 바르가스는 프랑스 작품이라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은 것이 다소 유리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24 13: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파란 동그라미를 읽어본후에는 밀레니엄 2부가 인터내셔널 대거상을 수상하지 못한것에 더욱 아쉬움이 남더군요.^^ 밀레니엄 1부가 너무 많은 상에 이름이 오르는 바람에 2부와 3부가 좀 소외된것은 아닌지 저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도 듭니다.^^ 제가 읽어본 추리문학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언급했던 두 작품 이외에는 여성의 성매매를 주제로 한 작품이 그다지 떠오르는게 별로 없더군요.^^

  3. BlogIcon 일창 2011.05.25 17: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3부 리뷰도 올려주셔서 잘 봤습니다. 파란 동그라미는 좀 밍밍하다고 해야 하나 그렇더라고요. ^^ 밀레니엄은 숨가쁘게 읽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취향 차이겠지만 밀레니엄 대 파란 동그라미라면 대개 밀레니엄 쪽이 낫다 할 것 같은데 결과는 반대로 나왔습니다.

    필론 님 말씀대로 밀레니엄 1부가 너무 시선을 혼자 독차지한 다음이라 2부와 3부가 손해를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점점 스케일이 커져가는 2~3부의 매력도 있는데 말이지요.

    필론 님 리뷰를 보고 나면 다른 리뷰가 군더더기 같아요. 항상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기억력 나쁜 제게는 큰 도움이 되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

    • BlogIcon 필론 2011.05.26 11: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제가 평론가는 아니니까 뭐라고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프레드 바르가스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과 스티그 라르손을 밀어내고 수상한것은 의외였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소설 The Pale Blue Eyes 로 2007년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소설 부문 후보1) 와 2006년 영국추리작가협회 히스토리컬 대거상(The CWA Ellis Peters Historical Crime Award) 후보에 올라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던 루이스 베이어드가 2008년 작 검은 계단(The Black Tower) 으로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은 역시 에드거 앨런 포가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앤드루 테일러의 ‘아메리칸 보이’가 얼마 전 번역 출간된 것과 비교하여 The Pale Blue Eyes 가 먼저 국내에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루이스 베이어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해야될것 같다.

 

처음에 페이지를 넘기면 프랑스 왕족의 가계도와 당시 있었던 사건들이 연도별로 약간 정리가 되어있어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하는 사람들은 조금 복잡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주 단순한 구성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뒤로 갈수록 복잡하게 얽히는 이야기와 반전은 결국 읽는 나도 이게 맞는 건가 저게 맞는 건가 하면서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또한 긴 책을 챕터를 짧게 끊어서 읽기 편하게 해두었고 챕터마다 목차가 길게 설명식으로 되어 있어서 내용을 알고 목차를 보면 한눈에 이야기가 파악이 되기도 한다. 단 목차를 미리 보아도 내용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

 

1인칭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엑토르 카르팡티에이다. 어느 날 그에게 비도크라는 경찰이 와서 르블랑이라는 사람을 아냐고 묻는다. 나는 당연히 알지 못하는 그 르블랑이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나를 찾아오려고 했다는 이야기만 믿고 그가 정기적으로 만나던 남작부인을 만나서 금으로 만들어진 젖물리개를 보게 된다. 그러면서 왕족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 내가 전직 의사라고 믿고 있었던 아버지에게는 과거의 어떤 비밀이 숨겨져있었던 것일까?...

 

검은 계단에서 주목해야 될 캐릭터는 단연 주인공 카르팡티에이다. 대학원에서 논문을 준비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박사가 아니지만 가족이외의 인물들, 즉 비도크같은 이는 그를 박사라고 부른다. 그는 비도크가 다짜고짜 집에 찾아와서 와인을 축내고 빵을 먹는 것에도 화를 내지 못하고 스스로 참는 소심남이다. 하지만 그러한 소심함에도 불구하고 카르팡티에는 샤를에 얽힌 비밀을 추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카르팡티에와는 대조적인 캐릭터가 바로 비도크인데 그는 범죄자였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범죄적인 성향을 경찰로서 범죄자를 잡는데 활용하는 터프가이이다. 홈즈와 뤼팡의 기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말하여지는 비도크의 활약상을 본다면 그의 매력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용의자를 협박하고 골탕 먹이는데도 선수인 그는 홈즈처럼 뛰어난 추리력을 가지고 행동하기도 하고 또한 뤼팽처럼 변장술에도 능하다. 비도크는 근대의 추리작가들, 예를 들어 에드거 앨런 포나 애거서 크리스티가 모델로 삼은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비도크의 활약상만 모아서 하나의 시리즈로 만들어도 무척 관심이 갈 듯 하다.

 

영화 철가면에 보면 자신이 왕이 되기 위해서 형을 아무도 못 보게 가면을 씌우고 감옥에 가둬버린 이야기가 나온다. 동화왕자와 거지에도 보면 그들 둘이 옷을 바꿔 입고 다른 곳에서 살아보려고 시도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꿔치기에 관한 이야기는 드라마나 동화나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기법이지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한 모두가 알 수 없다. 과연 샤를이라고 확신하는 이 아이는 정말 왕족의 아이일까. 그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또한 그때 죽었다고 공표가 된 아이가 살아있다고 하면 프랑스 왕족으로 인정을 받을까 아니면 대역죄인으로 몰려 다시 죽임을 당할까? 그의 누나는 그를 알아 볼 수 있을까? 주인공인 나와 비도크 박사를 바뀐 아이를 찾았다고 상을 받을까 또는 반역죄를 뒤집어쓸까? 실제로도 루이 샤를의 사망이후에 자신이 루이 17세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고 할 정도로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끊임없이 존재했었다.

 

이처럼 역사속 미스터리에 바탕을 둔 검은 계단은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형태의 구조가 비록 두꺼운 책이지만 한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18세기 프랑스 역사를 모르고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검은 계단과 같은 역사 추리소설은 어느 정도의 사전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왕정주의와 공화주의가 대립하던 혼란스러웠던 그 당시 프랑스의 상황을 알고 난 다음에 이 소설을 접한다면 이해하기도 더 빠르고 재미와 지식을 둘 다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역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이 장르의 매력은 아마도 과거에 살았던 인물들의 삶을 간접 경험해보는데 있을게 아닐까?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한번쯤은 투박하지만 감성적인 과거의 슬로우 라이프를 소설로라도 잠시 경험해보는게 검은 계단 같은 역사 소설의 장점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저자 루이스 베이어드가 철저한 역사적인 리서치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 전개를 바탕으로 쓴 검은 계단은 실존 인물인 비도크와 루이 샤를을 결합시켜 하나의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로 탄생시켰다. 많은 독자들이 나처럼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마치 18세기 파리를 거닐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속의 매력에 빠져들기를 추천해본다.


책 속의 구절

"우리가 아무리 불완전하게 어떤 것을 믿게 된다 하더라도 믿음만큼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



1)
드니스 미나와 루이스 베이어드와 같은 쟁쟁한 경쟁자를 밀어내고 2007년 에드거 상을 수상한 제이슨 굿윈의 The Janissary Tree(‘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이라는 제목으로 비채에서 출간)는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아쉽게도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작품성이 보증된 영미권 추리문학상 수상작이 한국에서는 의외의 부진을 겪는 경우라고도 볼 수 있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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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부엉이가우는밤 2011.05.11 23: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린시절 홈즈와 루팽의 팬이였던 사람으로서 두 캐릭터를 가진 비도크 라는 인물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거기다가 역사추리소설이라니...흥미진진해 보입니다.
    결말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루이샤를이라는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인물을 다루게 되면 여러가지 제약이 있을텐데....마무리를 잘 했는지가 궁금합니다.

    필론님은 영미권 추리소설들이 왜 한국에서는 부진을 겪는다고 생각하세요? 문화적 코드가 맞지 않는건가? 제 주변사람들을 보니깐 일본추리소설을 즐겨읽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고등학교때만 해도 미국 스릴러물들을 즐겨보았던것 같은데....

    아무튼 리뷰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12 08: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벙이벙이님 저의 리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결말에 대한 부분을 저의 리뷰에서 언급할수는 없었지만 반전이 기막힌 소설이더군요. 저자의 에드거 상 후보작을 읽어보지는 않아서 이번 작품이 처음 접해보는 겁니다만 루이스 베이어드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탁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영미권 추리소설이 한국에서 좀 부진한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다행히 랜덤하우스나 비채에서 꾸준하게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어서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2. BlogIcon 일창 2011.05.12 02: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께서 비채 서평단을 하시니까 이런 좋은 리뷰도 금방 읽을 수가 있네요. ^^ 고맙습니다.

    루이 샤를이나 아나스타샤 같은 역사 속의 실종자들을 다룬 미스터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혁명기에 나폴레옹 시대라는 배경도 흥미진진하고요.

    작가가 서양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까지 배려하여 시대 고증을 하고 독자를 18세기 파리로 끌어들이는데 노력을 많이 기울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그 시대를 전혀 모르면 재미가 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겠지요. ^^

    • BlogIcon 필론 2011.05.12 08: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의 전공이 프랑스 역사가 아니므로 이 자리에서 뭐라고 이야기 할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루이스 베이어드가 이 소설을 준비하면서 상당히 프랑스 역사에 대해서 리서치를 한듯 보이더군요.^^ 소설의 짜임새도 탄탄하고 마지막 반전이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3. 2011.05.22 05:4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22 10: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번역 제목을 떠나서 그 소설도 작품성이 있는 추리문학인데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았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4. BlogIcon 일창 2011.05.23 10: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별 이야기도 아닌데 어떻게 비밀댓글로 남겨졌네요. ^^ 잘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오늘 보니까 전공분야 책 소개를 올려주신 것이 초보자도 읽기 쉽게 되어 있어서 참고하려고 합니다. 아마추어로 소개해주시는 추리소설 글도 전문적이신데, 전공분야 책 소개는 더 훌륭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필론 2011.05.23 12: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창님 덕분에 벙이벙이님의 글을 잘 읽게 되었습니다.^^
      밀레니엄의 열풍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도 북유럽 추리문학에 데한 관심이 높아진 느낌이 드는군요.^^ 유독 한국에서만 조용한것 같기도 하고요.^^

book cover of 

Trunk Music 

 (Harry Bosch, book 5)

by

Michael Connelly

1997년작 Trunk Music의 한국어 번역본인 트렁크 뮤직 2011 4월에 출간되었다. 마이클 코넬리의 팬이라면 원서로 이미 읽어보았을 오래 전 작품의 번역 출간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늘 반갑기만 하다. 트렁크 뮤직은 1998년에 마이클 코넬리에게 첫 번째로 배리상의 영광을 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1). 배리상은 범죄 문학 잡지 ‘Deadly Pleasures 매거진에서 수여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문학상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배리상은 범죄문학 매니아들의 대중적인 취향을 잘 반영한 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례로 국내에 이미 출간된 타나 프렌치의 살인의 숲 2008년 배리상 신인상을 수상했고,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1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009년 배리상 최우수 영국소설상을 수상한바 있다.

 

전작(라스트 코요테)에서 어머니의 살인범을 30년 만에 잡은 후 형사 해리 보슈는 1년 만에 할리우드 경찰서 살인전담팀으로 돌아온다. 할리우드 볼(L.A에 있는 야외 콘서트 홀)의 주변에 버려진 롤스로이스의 트렁크에서 총에 맞은 채로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이는 범행수법이 시카고 마피아의 ‘트렁크 뮤직’ 수법과 비슷해서 동료형사 에드거는 조직범죄로 의심하지만 해리 보슈는 성급한 판단을 자제한다. 작은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영화제작자이지만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는 피해자 앨리소의 행적을 쫓아서 해리 보슈가 향한 곳은 바로 라스베이거스였는데 그곳에서 뜻밖의 인물과 조우하게 된다...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으면서 주목해야 될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주인공 해리 보슈라는 캐릭터이다. 2011년 현재 16작품이 출간된 상태에서 해리 보슈는 그 동안 순탄하지 않은 커리어를 가진 것이 사실이다. LAPD에서 좌천당한 이후로 할리우드 경찰서에서 사건 해결에 주력하다가 라스트 코요테에서 잠시 휴식기를 가진다. ‘트렁크 뮤직에서 복귀한 후 8번째 작품 유골의 도시를 끝으로 경찰계를 떠난다. 그 뒤 ‘Lost Light’ 과 이미 한국에서 번역된 시인의 계곡에서는 PI(사립 탐정)으로 사건을 해결하지만 11번째 작품 ‘The Closers’ 부터 다시 경찰복을 입고 예전과 같은 해리 보슈 형사로서의 이미지가 다시 살아나게 된다. 해리보슈 시리즈를 초기작부터가 아닌 후기작부터 읽게 된다면 초기에 좌충우돌 베트남 참전용사로서의 강인한 이미지를 놓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렁크 뮤직은 초기작들에서 풍기던 해리 보슈의 이미지를 간직한 채 숙련되어가는 형사로서의 직관력이 강해지는 중간 시점에 놓인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해리 보슈 시리즈 초기작들에서 빠질 수 없는 캐릭터는 바로 해리 보슈의 연인, 앨리노어 위시이다. 나 개인적으로도 범죄 소설, 특히 시리즈로 출간되는 작품을 읽을 때 주목하여 보는 캐릭터가 주인공의 가족 또는 연인이다. 미국 경찰소설뿐만 아니라 아날두르 인드리다손과 헤닝 만켈의 북유럽 경찰소설에서도 주인공인 형사 에를렌두르와 발란더의 개인적인 가정사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타임라인에서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요소인데 그 이유는 형사도 사람이며 개인적인 문제에 의해서 고뇌하고 사건 해결에도 영향을 준다는 소설 속의 리얼리티적인 작가의 터치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블랙 에코를 읽어본 독자라면 친숙한 캐릭터인 앨리노어 위시는 전직 FBI 수사관이다. 분명한 사실은 시인의 계곡에서 새로운 연인 레이첼 월링(국내에 이미 번역된 잭 매커보이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시인에 처음으로 등장함) 이 등장하기까지 앨리노어 위시는 해리 보슈의 사생활에서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이 리뷰에서 그녀와 해리 보슈사이의 발전하는 관계를 모두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므로 둘의 밀고 당기는 애정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앞으로 번역될 ‘Angels Flight(‘트렁크 뮤직의 다음 작품)’‘Lost Light’를 기대해도 좋을 듯 보인다.

 

트렁크 뮤직은 전형적인 경찰 소설답게 피해자 앨리소를 살해한 범인을 증거에 따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에 더하여 과거의 연인이었던 앨리노어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녀를 향한 해리의 애정이 소설을 더욱 긴박하게 만든다. 이는 사건 해결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그의 연인을 지켜주려는 해리의 노력이 소설 속에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직선적이고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리는 감정이 메마른 형사일 것이라는 독자의 상상을 깨뜨리고, 자신으로 인해서 위험에 빠진 앨리노어를 구하려는 해리 보슈의 강직하지만 순정파적인 남성상이 트렁크 뮤직을 읽는 독자에게 주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1)
지금까지 마이클 코넬리는 배리상을 2회 수상하였는데 나머지 한 작품은 해리 보슈 시리즈의 최고의 작품으로 평론가와 독자로부터 칭송을 받는유골의 도시이다.‘유골의 도시 2003년에 앤서니 상과 배리 상을 수상하였고, 에드거 상과 매커비티 상, 그리고 CWA(영국추리작가협회) 골드대거상의 후보작이었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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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창 2011.04.18 17: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 번역본 출간에 때맞춰서 이렇게 리뷰를 올려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주인공의 가족과 연인에 대한 필론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저도 그런 부분이 인간적인 터치를 더해줘서 추리소설의 문학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생각되서 자세히 보게 되더라고요. 해리 보슈의 성품에 대해서 깔끔하게 요약해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늘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 BlogIcon 필론 2011.04.19 09: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제가 몸담고 있는 카페(랜덤하우스 카페는 아닙니다)를 통해서 서평이벤트로 이 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초기작다운 거칠지만 매력적인 해리 보슈 캐릭터를 느낄수 있더군요. 아, 그리고 제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내일부터 일주일간 인터넷 접속을 못하게되니 다음주에나 블로그에서 일창님을 뵐수있겠네요.^^

  2. BlogIcon 일창 2011.04.19 22: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일주일이나요? 바쁜 일이신가 본데 잘 마치고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안 계시는 동안 그동안 올려주신 리뷰들 꼼꼼히 읽어봐야겠습니다.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

  3. BlogIcon 일창 2011.04.27 03: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 돌아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별일 없으셨는지요?

    비채 서포터즈로 활동하시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비채가 좋은 장르소설을 많이 내주더니 리뷰어 보는 안목이 있는 모양이네요. ^^

    • BlogIcon 필론 2011.04.27 09: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올해 출간되는 비채 라인업에 요 네스뵈와 할런 코벤이 있어서 서포터즈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일창님도 며칠동안 별일 없으셨는지요?^^ 에드거 상 수상소식이 조만간 있겠군요.^^

  4. BlogIcon 일창 2011.04.29 15: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늘 에드거 어워드 발표가 났는데 재미있는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 바쁘신 줄 알면서도 빨리 필론 님의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후보작 리뷰도 기대되고요.

  5. BlogIcon 일창 2011.04.30 23: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럴 때 보면 CWA보다 MWA가 더 보수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스티브 해밀턴은 1999년 데뷔작으로 MWA 신인상을 수상했던데, 12년만에 본상 수상이라니 기쁘겠습니다. ^^ 아직 자세한 인터뷰 같은 것은 안 떴고, 언론에서도 다른 뉴스가 많은지 조용한 편입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01 09: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스티브 해밀턴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어떻다고 이야기하기가 좀 그러네요.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개인적인 평가를 해봐야겠군요.^^



사사키 조는 경찰소설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를 발표했는데 폭설권은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인 제복수사를 읽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폭설권에서도 사건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시골동네, 마치 미국 텍사스주의 보안관과도 같은 역할을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에서 하는 순사부장 카와쿠보가 주인공이다. 비록 카와쿠보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부수적인 인물들이 꽤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다지 단조롭지 않다. 폭설권이라는 책 제목답게 눈이 많이 내린 어느 3월이 시간적 배경이고 폭설로 인해서 마을에 갇히게 된 사람들의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모여서 한 권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야쿠자가 없는 틈을 타서 그들의 집안에 있는 금고를 털고 야쿠자 조장의 여자를 죽이고 도망치는 2인조 강도 중 한 명, 유부녀를 꼬드겨 한 목 잡으려고 협박을 하려고 나선 제비와 그를 만나서 죽여버리겠다는 결심으로 나온 유부녀, 술장사를 하는 엄마가 병원에 입원한 틈에 계부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고 집을 나온 여고생과 그녀를 태워준 트럭기사, 회사의 돈을 털어서 도망가려는 불치의 병에 걸린 회사원 그리고 그냥 휴가를 즐기러 온 노부부와 팬션주인 부부. 이 모든 사람이 눈으로 인해 팬션에 머물게 되고 팬션의 보일러가 고장 난 관계로 모두 레스토랑에 모여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수배가 걸린 강도를 알아보고 팬션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 와중에 핸드폰을 숨겼던 제비는 죽음을 당하고 팬션은 사건현장이 되어버린다. 한편 동네에서는 빚을 지고 자신이 빚을 갚겠다고 야쿠자에 끌려간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고 그 여자를 협박한 것이 야쿠자의 집에서 보초를 서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피해자에서 용의자로 신분이 바뀐다.

2인조 강도 중 다른 한 명은 눈길에 사고를 당하고 우연히 회사의 돈을 털어 도망가려는 사람을 만나 돈가방을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는 가방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맡기고 뒤처리를 부탁하지만 눈길에 도와줄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회사원은 회사돈을 가져다 놓고 얼결에 생긴 그 돈을 자신이 가지기로 마음을 먹는다. 외부와 연락이 끊긴 팬션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구출되어 나올 수 있을까? 인질로 잡힌 그들이 무사하게 나올까? 그들이 어떻게 강도가 있다는 사실을 경찰에 알릴까? 그 지역 순사부장인 카와쿠보는 이들을 어떻게 구해낼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수많은 의문들이 생기지만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결되어 버리는 마지막 장면에 긴박감이 한꺼번에 바람에 날리듯 없어진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비해서 약 두 장도 안 되는 페이지에 결론이 나버려서 조금은 허무할지 몰라도 단칼에 베는 방식의 결말은 일본인 특유의 결단력을 보여주는 듯 하다.

어찌 보면 한 마을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고전 추리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장면과도 흡사한 면이 있지만 폭설권에서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후던잇형태의 밀실사건과는 달리 등장 인물들의 생생한 캐릭터 묘사와 홋카이도의 환경적인 배경이 소설에 잘 녹아 들고 있다. 홋카이도에서 나고 자란, 그리고 현재 그곳에 살고 있는 작가답게 작품 속 배경 묘사, 폭설 묘사가 생생하다. 홋카이도를 가보지 않은 독자라도 그곳이 겨울 동안 혹독한 자연환경을 가진 곳일거라는 추측을 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러한 환경적인 특성을 미스터리 문학에 잘 조화시킨 사사키 조의 상상력과 필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사사키 조의 세번째 작품에서 보여질 카와쿠보의 활약도 무척 기대가 된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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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창 2011.05.19 14: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홋카이도가 일본에서는 특이한 자연 환경과 지리적 위치라 홋카이도 배경의 영화나 소설을 보면 독특한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필론 님 리뷰를 읽어보니 '눈폭풍의 산장' 기본 설정에 작가가 훌륭한 필력으로 가혹한 날씨와 캐릭터를 잘 묘사해 얹은 좋은 작품인 듯 하네요.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일본 소설은 '추상오단장'도 그렇고 '폭설권'도 그렇고, 한글 제목만 들어서는 한자를 유추하기 어렵게 번역제를 짓고 있네요. ^^ 일본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주로 읽을 터이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초보자는 다가가기가 좀 어렵지 않을까 쓸데 없는 걱정도 해봅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20 08: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마치 일본판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소설을 읽는듯한 이국적인 환경이 잘 조합된 경찰소설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저는 원서에 충실한 제목은 비록 한자로 인해서 좀 어색해도 무난하다고 보고 싶더군요. 제이슨 굿윈의 The Janissary Tree를 이상한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한것 보다는요.^^
      일창님 저의 리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 BlogIcon 일창 2011.05.20 18: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일본판 아이슬란드 이야기라고 하시니 느낌이 잘 전해집니다. 경찰소설이기도 하니 일본의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이라고 하신 것이 딱 들어맞네요. ^^

    예. 제목을 원서에 충실하게 짓다보니 그리 된 것 같아요. 예로 들어주신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 때문에 웃다가 갑니다. 나름 고심하다가 나온 제목 같긴 하네요. 하하.

    • BlogIcon 필론 2011.05.21 08: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한참 웃었습니다. 가끔씩 보면 이렇게 재미있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나오는 경우가 있더군요.^^
      재미있는 제목에 비해서는 한국 독자로부터 외면받아서 그점은 좀 안타깝더군요.^^



이 책은 제목만 읽고선 제대로 뜻을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목을 한자로 읽는다면 금방 뜻을 알 수 있다. 오단장은 다섯 개의 짧은 이야기. 추상은 생각을 추억하는 것. 그러므로 제목은 결국 추억을 생각하는 다섯 개의 짧은 이야기이다. 제목답게 이 책에는 다섯 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것은 각각의 독립적인 이야기로도 볼 수 있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어떤 질문의 답이 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큰아버지의 고서점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휴학생 요시미츠가 주인공이다. 그는 어느 날 카나코라는 이름의 여자가 와서 자신의 아버지가 남기고 간 단편이 실려있는 잡지를 찾는다. 그것을 찾아주자 그녀는 나머지 4개도 찾아주면 사례를 하겠다는 말을 하고, 등록금이 궁한 요시미츠는 일을 맡아 나머지 4개의 단편들을 찾는데 그 이야기들이 카나코의 가족과 얽힌 과거의 미제사건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카나코의 과거와도 연결이 되는 이야기이며 그 가족의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어렵게 두 개를 찾고 나머지 가운데 하나는 카나코가 찾아냈지만 요시미츠는 마지막 하나를 찾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힌트를 주는데 결국 카나코는 마지막 하나를 다 찾아내고 그 결과를 요시미츠에게 편지로 알린다. 과거의 미제사건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결말을 독자에게 숨기는 소설은 리들 스토리라고 불린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섯 개의 단편에는 결말이 없다. 단 한문장의 결말을 따로 빼놓은 것이다. 그것은 읽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마음대로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이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는 하나의 열쇠와 같은 작용을 하게 된다. 다섯 가지의 이야기 그리고 다섯 가지의 결말. 그러나 단 하나를 제외하고는 저마다 두 가지의 결말이 다 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어떤 결말을 붙이느냐에 따라서 사건의 진실은 거짓이 될 수도 또는 진실이 될 수도 있다. 카나코는 진실을 알아내게 되고 마지막 이야기를 요시키츠에게 보내는데 그것을 알게 된 요시미츠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아버지의 이야기를 찾기를 원했던 카나코는 진정으로 그 모든 이야기를 알게 되어 행복했을까 또는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어 불행했을까? 그 이후로 그녀는 잘 살수 있었을까? 추상오단장을 읽는 독자는 누구라도 이런 물음을 머릿속에서 생각하게 될 것이다.

 

2010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4위로 주목 받은 작품... 정말 대단한 미스터리 작품을 읽었다. 톱니바퀴가 연결되듯이 다섯 편이 연결되는 짜임새도 놀랍고, 그 단편들 속에는 마치 키타자토 산고(카노 코쿠뱌쿠)가 자신의 마음을 짧은 이야기로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이 소설이 미스터리 하지만 동시에 미스터리 이상의 독특함을 주는 점이라고 보고 싶다. 다섯 편의 단편들을 찾는 순서대로 중간중간에 배치되어있어 하나의 장편을 읽으면서 또 다른 단편을 읽는듯한 매력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많은 미스터리 문학을 읽어본 매니아이지만 요네자와 호노부의 추상오단장처럼 독특한 소재와 더불어 단편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하나의 매력적인 장편으로 탄생한 소설은 처음 접해본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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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창 2011.04.15 22: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으악. 계속 리뷰 올려주시니까 저는 막 배부릅니다. ^^ 블로그 운영해주시는 것만해도 감사한데... 일본 추리소설도 읽으시는군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가 그래도 믿을만한 리스트인 것 같습니다.

    한겨레 기사는 이 기사를 말씀드린 것이었는데요. 혹시 지면 기사에 필론 님 닉이 빠졌다면 그것도 문제인 듯 하네요. -_-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468547.html

    • BlogIcon 필론 2011.04.16 09: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본 추리소설도 좋은 작품이 종종 눈에 띄더군요.^^
      일창님께서 가르쳐주신 기사가 제가 읽었던 기사와는 다르군요.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2. BlogIcon 일창 2011.04.17 04: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다른 기사였다니 다행입니다. 그 기자분께서 필론 님 닉네임을 언급도 안 했다면 한겨레 데스크에 항의를 하셨어야 할 사안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일본 추리소설도 종종 소개해주시면 많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BlogIcon 필론 2011.04.17 09: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기회가 되는대로 영미권 추리소설과 더불어 일본 소설의 리뷰도 블로그에 올리려고 합니다. 워낙 출간되는 작품이 많아서 따라잡기는 힘들지만 읽어보고 좋은 작품은 종종 소개해야 저의 블로그도 유지가 되겠지요.^^

  3. BlogIcon 부엉이가우는밤 2011.04.18 08: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리뷰를 상당히 잘 쓰시네요. 내용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세요. 소설구성이 독특하여 읽는 재미가 있을듯 하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