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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몰타의 매로 잘 알려진 대실 해밋은 하드보일드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흔히 미국 하드보일드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레이먼드 챈들러는 대실 해밋의 뒤를 이어 하드보일드의 명맥을 이어왔다고 볼 수 있다.

1995년 미국추리작가협회(the Mystery Writers of America)에서 발표한 시대를 초월하는 최우수 범죄소설 100편(The Top 100 Crime Novels of All Time)을 살펴보면 대실 해밋의 소설 가운데 The Maltese Falcon(몰타의 매), The Thin Man(그림자 없는 남자), Red Harvest(붉은 수확), The Glass Key(유리열쇠)가 포함되어 있어서 대실 해밋의 작품이 어느 정도로 미국 범죄소설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참고로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을 대표하는 레이먼드 챈들러 역시 The Long Goodbye(기나긴 이별; 북하우스, 2005년)를 포함하여 네 편의 작품을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붉은 수확과 마찬가지로 데인가의 저주에서도 컨티넨털 옵(컨티넨털 옵: 대실 해밋이 창조한 캐릭터로 컨티넨털 탐정사무소에 고용된 탐정이며 붉은 수확, 데인가의 저주, 그리고 36편의 단편에 등장한다)이 이야기를 서술하는 화자로 등장한다. 사립탐정인 주인공은 도난당한 다이아몬드를 찾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에드거 레게트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마치 ‘데인 가의 저주’가 하늘로부터 내려온 것과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게 된다.


데인가의 저주는 세부분으로 나누어진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1부 The Dains(데인가), 제2부 The Temple(사원), 그리고 제3부 Quesada(케사다)이다. 3부로 나누어져 있지만 레게트 가를 중심으로 사건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야기는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장편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수라고 하기에는 다소 많은 총 46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상당히 복잡한 인물구조를 형성하고 있어서 간혹 10명 이하로 등장하는 일부 탐정소설과는 짜임새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실제로 대실 해밋이 소설을 구상할 때 어떤 식으로 집필을 시작했는지 에피소드는 알길이 없지만 (현대의 추리작가들은 일정시간동안 고민하여 플롯을 먼저 정해놓고 그다음 천천히 소설을 전개해 나가는[소위 살을 붙이는]식으로 추리소설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칸디나비아 추리작가 요 네스뵈 역시 영국의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작품을 집필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만큼 대실 해밋의 필력이 작품 속에서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붉은 수확과 마찬가지로 데인가의 저주 역시 하드보일드 소설답게 거칠고 냉소적인 사립탐정의 사건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추리소설과는 분명한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 로라 립먼의 테스 모나한 시리즈를 보면 사립탐정소설임에도 등장하는 사립탐정들의 캐릭터 묘사에서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면모가 많이 드러난다. 이러한 현상은 경찰소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스칸디나비아의 대표적인 추리문학작가 헤닝 만켈의 발란더 시리즈(소설보다도 영국 BBC의 드라마로 더욱 유명한), 영국 추리문학작가 피터 로빈슨의 DCI 뱅크스 시리즈(영국 I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골드대거상과 글래스키상과 같은 추리문학상에서 두각을 드러낸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레이캬비크 시리즈(에를렌두르 경감)를 살펴보면 모두 감성적이고 고뇌하는 경찰의 인간적인 면이 강조된 추리소설로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독자에 따라서 지나치게 감정이 결여된 사립탐정을 등장시킨 하드보일드 소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하드보일드 소설의 비인간적이고 냉소적인 캐릭터 묘사는 하드보일드 장르의 특징이다. 그러한 하드보일드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과감하고 거친 장면과 사건 해결이라는 특징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읽는다면 데인가의 저주 역시 소설 속에 담겨있는 묘미를 느낄 수 있을것이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데인가의 저주에서도 흑인 하인에게 겁을 주어 실토하게 하려는 장면에서 “이참에 아주 하얗게 질려 백인이 되게 해주겠다”는 표현이나 아니면 소설 후반부에서 가브리엘의 행방을 알려주는 사람들에게 보상금을 준다고 하자 마을 사람들 모두가 탐정이 되어서 숲에 들어가자 나무보다 아마추어 탐정이 더 많다는 표현은 냉소적이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지금은 흑인들이 싫어할만한 문장이지만 그 당시 사회에서는 충분히 허용된) 하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데인가의 저주는 붉은 수확과 비교하여 하드보일드라는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고전 추리소설의 분위기를 간직한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긴박함에서는 붉은 수확에 비해 덜할지도 모르지만 짜임새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 작품이다. 데인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쾌하게 해결하는 주인공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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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부엉이가우는밤 2012.02.23 01: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대실 해밋의 The Gutting of Couffignal를 상당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단편이라 아쉬웠어요.
    확실히 예전에 쓰여진 작품이라 그런지 요즘에는 쓰이지 않는 단어들도 있는것 같아요. 이 소설에서 주인공을 범인이 돈으로 매수하려고 할때 거절하는 말들이 상당히 쿨하고 멋져요. ^^
    대실 해밋의 작품들도 하나씩 읽어봐야 겠습니다.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BlogIcon 필론 2012.02.23 11: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예, 고전 추리소설이라서 그런지 시대적인 배경도 지금 시대와는 다르게 생소하고 이국적인 느낌이 들더군요.^^ 그런점이 대실 해밋의 소설의 매력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