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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크레이스라는 작가의 이름이 생소한 독자라고 할지라도 2005년도 헐리우드 영화 호스티지(Hostage)를 기억하는 이는 아마도 많을 것이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인데 로버트 크레이스의 2001년 스탠드 얼론 소설 Hostage(국내 미번역작)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다. 로버트 크레이스를 대중적인 소설을 뛰어넘어 작품성 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로 만든 계기가 바로 엘비스 콜 시리즈의 8번째 작품 L. A. Requiem으로 2000년 에드거 상, 셰이머스 상 그리고 앤서니 상에 후보로 그의 이름을 올리면서부터이다. 최근에는 2007년 작 The Watchman(번역서 제목: 워치맨[에버리치홀딩스])으로 배리상 최우수 스릴러 부문에서 수상함으로 스릴러 작가로서의 명성을 더욱 확고해졌다. 올해 초에는 엘리스 콜 시리즈의 12번째 작품이자 조 파이크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인 The Sentry가 출간되어서 스릴러 문학 매니아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엘리스 콜과 조 파이크가 함께 한 작품에 등장한 설정은 마치 마이클 코넬리가 The Brass Verdict에서 미키 할러와 해리 보쉬를 함께 등장시켜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앤서니 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얻은 전례를 따라 하기라도 한 듯 보여서 The Sentry에 대한 팬들과 평론가의 반응이 사뭇 기대가 된다.


소설은 폭발물 전문 요원 찰리 리지오가 폭발로 인해서 살해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LA 경찰 폭발물처리반 형사인 캐롤 스타키가 사건 해결에 뛰어드는데 그녀는 폭발사건으로 죽음의 선을 넘었던 적이 있어서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치료 중에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ATF요원이 경찰국을 방문하여 그 사건이 미스터 레드라는 연쇄 폭파범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데...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데몰리션 엔젤은 폭파범과 폭발물처리반 형사의 캣앤마우스 게임이다. 이 소설에서 주목하여 본 점을 두 가지로 요약해보았다.

먼저 데몰리션 엔젤은 로버트 크레이스의 다른 작품들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 스릴러문학에서 흔히 볼 수 있듯 로버트 크레이스의 엘비스 콜 시리즈나 조 파이크 시리즈는 경찰이 아닌 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스릴러이다. 그 점과 비교해볼때 데몰리션 엔젤은 경찰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선호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LA가 소설의 주 무대라는 점에서도 역시 LA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는 미스터리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시리즈 가운데 한 작품을 읽는 느낌을 주어서 친숙하게 다가온다.

다음으로 주인공 캐롤 스타키이다. 주인공이 폭발물처리 수사관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경찰이라는 특수한 직업의 세계에서 여성으로서 강인함을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3년 전에 뜻하지 않게 발생한 폭발사건과 동료의 죽음으로 찾아온 상처로 인해서 그동안 악몽에 시달리고 담배와 술에 의존하는 경찰인 캐롤 스타키. 특히 스타키가 폭발로 인해서 트라우마가 생겼고 그로인해서 다른 부서로 발령 나자 폭발물처리반으로 복귀하려고 애를 쓴다. 이때 발생한 미스터 레드 사건을 통해서 폭발물처리반에서의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아 복귀하려고 사건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스스로 트라우마를 이겨내려는 동시에 잡힐 듯 보이면서도 잡히지 않는 미스터 레드를 추적하려 애쓰는 스타키의 심리 묘사가 소설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가 나오더라도 인기를 모을수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미국에서 로버트 크레이스의 스탠드 얼론 작품 가운데 언론의 호평과 독자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은 The Two Minute Rule(번역서 제목: 투 미닛 룰[비채; 2009년])이다. 하지만 로버트 크레이스의 초기작품 세계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데몰리션 엔젤은 단순히 여름을 시원하게 날려줄 스릴러 문학으로서의 가치 그 이상이었다. 더구나 메리 히긴스 클라크 상(여성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에게만 후보로 오를 자격을 준다)에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데몰리션 엔젤이 가지고 있는 탄탄한 이야기와 반전 그리고 깊이 있는 캐릭터 묘사를 볼 때 명불허전이라는 말은 로버트 크레이스에게 해당한다는 점을 이 소설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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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창 2011.07.31 04: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 오랜만에 리뷰 올려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늘 그렇지만 책 한 권만 읽고 쓰시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작품을 종합적으로 보고 계셔서 늘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이 작품이 메리 히긴스 클라크 어워드 후보작이었군요. ^^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는 조 파이크와 엘비스 콜이 아니라 다른 작품들이 먼저 소개가 되었네요. 작가가 주력하는 것은 시리즈물인데, 순서대로 번역이 안 되다보니 그런 경우가 있는 듯합니다.

    언젠가 읽은 작가 인터뷰에서 캐롤 스타키 시리즈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바뀌기도 하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폭발물 전문 수사관이라는 점 때문에 소재가 좀 제한이 적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필론 님 말씀대로 충분히 시리즈화할 수 있는 캐릭터 같습니다.

    물난리가 나서 피해가 심한 곳도 있던데 별 일 없으신지요? 여름철 건강 주의하시길 빕니다.

    • BlogIcon 필론 2011.08.01 11: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제가 알기로는 The Monkey's Raincoat (번역서 제목:몽키스 레인코트)도 2009년에 노블마인에서 출간을 했습니다. 독자들의 반응은 일창님께서 이미 아시겠지만요.^^ 엘비스 콜 시리즈는 1987년작이다 보니 시대적인 흐름에서도 차이가 있고 2009년 번역서가 나올 당시에도 장르소설이, 심지어 일본소설도 주목을 받지 못하던 시기라서 독자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만 '워치맨'의 경우는 좀 의외이더군요.^^
      로버트 크레이스가 인터뷰에서 캐롤 스타키 시리즈에 대한 의견을 밝힌적이 있었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일창님의 말씀처럼 폭발물 처리반 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가 나오기는 현실상 어려울거라고 생각됩니다. 소재가 특수하기 때문에 시리즈마다 계속 폭발물이 터져야하니 독자들이 금방 식상해할것 같습니다.^^

  2. BlogIcon 일창 2011.08.02 01: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러고보니 '몽키스 레인코트'가 나왔었군요. ^^ 그때 반응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것 같은데 시리즈물로 잘 기획되서 홍보도 되고 하면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뜨문뜨문 나오면서 컨텍스트도 잘 알 수 없으니 독자들이 캐릭터에 애정을 갖기가 어려운 것 같아서요.

    캐롤 스타키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물을 구상하느냐는 질문이 있었던 것도 아니니 따로 의견을 밝혔다고는 할 수 없고요, 보통 책 홍보 인터뷰에서는 그 책과 관련된 장기적 계획이 있으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텐데 그렇지 않고 조 파이크 같은 다른 주인공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

    • BlogIcon 필론 2011.08.02 09: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렇군요.^^ 로버트 크레이스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질 않아서 성급하게 이야기하기는 뭐하지만 글을 짜임새있게 잘 쓰는 작가인것 같습니다.^^ 추리문학상에서 이름을 자주 올리는 이유가 있었네요.^^
      처음에 반응이 좋지 않아서 엘비스 콜 시리즈나 조 파이크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스탠드 얼론으로라도 그의 작품을 만나면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행이겠지요. 원서로 읽으려면 이래저래 번거로운 점이 많은데 이런 기회로 그의 작품을 읽어보아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S.J. Watson 의 Before I go to sleep이 한국에서도 출간되었더군요.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3. BlogIcon 일창 2011.08.03 02: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채 서포터즈하시길 정말 잘 하셨네요. 독자들도 좋은 리뷰 보고, 필론 님도 굳이 원서로는 접하지 않으셨을 작품을 번역본으로도 보고요. ^^

    새 리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타나 프렌치에 대한 필론 님 평도 궁금한데다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이 나왔다고 해서 어떤지 여쭤보려고 했었거든요.

    S. J. 왓슨이 나오다니 이번에는 번역 속도가 빨랐네요. ^^ 바람직한 일인 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8.03 09: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리뷰에서 밝히지는 않았지만 셜록홈즈의 라이벌들은 기대했던것 보다는 실망스러웠습니다. 리뷰에서 언급한 다른 원서들과 비교해서 미흡한 점들이 눈에 띄더군요. 물론 번역서로만 추리문학을 읽어야하는 독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요.^^
      그나저나 왓슨의 책은 원서로 읽어야할지 아니면 번역서로 읽어야할지 선택하는 행복한 고민이 생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