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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천만 부 이상이 팔리고 배리 상(Barry Award)에서 선정한 최근 10년간의 최우수 미스터리 소설상을 비롯한 각종 추리문학상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과시한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이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밀레니엄이라는 잡지의 편집주간 겸 주주이다. 독신으로 살고 있으며 주변에 여자들이 따르는 매력남인 그는 소설의 초반부에 베네르스트룀이라는 거물 경제인과의 소송에서 패한 뒤 반예르 그룹의 은퇴한 회장 헨리크 반예르로부터 솔깃한 제의를 받게 된다. 헨리크 반예르의 조카 고트프리드의 딸인 하리에트가 1966년도에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헨리크 반예르는 하리에트가 살해되었다고 그 동안 의심해왔지만 경찰의 조사도 헛수고였고, 하리에트의 행방을 찾는 그의 개인적인 노력도 허사였다. 헨리크 반예르는 미카엘에게 1년 동안 하리에트의 실종에 관한 비밀을 밝혀줄 것을 제안하고 미카엘은 이 제안을 수용한다. 하리에트의 실종에 관계된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블롬크비스트에게는 그가 눈치 채지 못한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데…


밀레니엄 1부의 제목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여러 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이다.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여성 해커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소설 속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과거 추리소설에서 범죄자에게 희생양이 되는 연약한 여성상과는 대조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애쓰며 주변의 도움을 거부하는 독립적인 삶을 꾸려나간다. 자신의 장기인 해킹 실력으로 다른 이들 몰래 감시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골탕 먹이기도 하는 살란데르는 1부에서는 미카엘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주로 하지만 2부와 3부에서는 주도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세력과의 전면전에 나서게 된다. 미카엘의 누이동생 안니카는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녀가 학대받는 여성을 대변해주는 변호사이자 여성 운동가라는 점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가정 폭력을 주제로 한 소설임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고 볼 수 있겠다. 밀레니엄에서 가장 특이한 여성은 바로 미카엘과 육체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밀레니엄의 공동 주주인 에리카이다. 그녀는 결혼해서 남편이 있음에도 여전히 미카엘과 성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대담한 여성이다. 이렇게 밀레니엄 1부를 읽으며 각자 개성 넘치는 여성들의 삶을 들어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볼 수 있겠다.


밀레니엄을 읽으며 느끼는 또 다른 재미는 소설 속에서 나오는 실제 작가들의 이름이다. 추리 문학 매니아라면 익숙한 고전 추리소설계의 대표적인 작가인 도로시 세이어즈, 알파벳 시리즈로 명성을 얻고 있는 수 그래프턴, 영국추리작가협회의 골드대거상과 올해 에드거 그랜드 마스터 상을 수상한 새러 패러츠키, 영국 ITV의 인기 범죄 드라마 Wire in the Blood로도 유명한 스코틀랜드 작가 발 맥더미드(토니 힐& 캐롤 조던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인어의 노래’가 한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조지, 이들 모두 과거와 현재의 시간 속에서 여성 추리문학 작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 스티그 라르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추리문학에 대한 지식을 이 소설에서 드러내고 있다.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 밀레니엄 1부는 기본적으로 미카엘이 실종된 하리에트를 찾는 추리소설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살인, 폭력, 섹스 등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경찰소설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특색이다. 북유럽 추리문학계는 경찰소설이 대세인데 이미 영미권에서 위치가 공고한 스웨덴 작가 헤닝 만켈(발란더 시리즈)이나 최근 몇 년간 골드 대거상과 배리상 수상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이슬란드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레이캬비크 시리즈), 그리고 에드거 상 후보로 오른 경력을 가지고 있는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스노우 맨’이 올해 한국에서 출간될 예정)와 같은 작가는 이미 추리문학 매니아들 사이에서 익숙한 이름이 되어버렸다. 밀레니엄에서는 신문기자와 해커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독특한 구조를 소설에서 담고 있다. 경찰이 개입하지 않고 사립 탐정(밀레니엄 1부에서는 미카엘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에 의해서 사건이 해결되는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요소가 북유럽 특유의 환경과 결합하여 미국에서 더 큰 인기를 끌게 된 이유인 것은 아닌지 추측이 가능하다.


밀레니엄 1부에서 주목하여 볼 점은 이 소설에 저자 스티그 라르손의 사회 고발적 의식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각장의 도입부에는 스웨덴 여성이 남성의 폭력에 어느 정도로 노출되어 있는지에 대한 통계가 잠깐씩 언급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세실리아의 남편, 예뤼 칼손이 폭력적인 남편으로 묘사된다. 가정 폭력은 비단 스웨덴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 여성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주변 남성의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여성을 향한 폭력은 심각할 수준에 도달하였다(얼마 전 2011 INPUT 서울 총회를 기념하여 방영된 ‘에이미 이야기’가 미국 내 가정 폭력을 심도 있게 다룬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지역사회나 공권력이 가족의 틀이라는 장벽을 넘어서 개입하기를 자제하고 단순히 가정사로 치부하며 쉬쉬하는 동안 그 심각성이 더해 간다는 점이다. 한국과 같은 가부장적인 전통이 강한 나라는 그 사정이 더할 것이다.

또한 인종 차별과 극우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도 엿볼 수 있는데 소설 속에서 헨리크 방예르의 형 리샤르드가 극우주의자로, 하랄드는 인종우생학을 지지했으며, 하랄드와 그레예르는 파시스트 운동에 가담했음이 언급된다. 이렇듯 밀레니엄은 흥미를 우선시한 스릴러이지만 동시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자가 전달하고자한 사회 문제를 느낄 수 있다. 밀레니엄을 읽으면서 그 속에 녹아있는 사회 고발의 의미를 한번쯤 되짚어본다면 고인이 된 스티그 라르손이 평생 맞서고자 했던 인종 차별이나 극우주의와 같은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문제가 비단 스웨덴만이 처한 문제가 아닌 인류 모두가 해결해야 될 점이라는 인식에 조금은 동참할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밀레니엄은 한번 책을 들으면 놓을 수 없는 강력한 흡인력이 매력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시종일관 독자의 시선을 소설 속에 머무르게 하는 흥미진진한 페이지 터너(page turner: 책장을 계속 넘겨야 될 정도로 재미있는 책을 일컬음)를 찾는다면 밀레니엄이 바로 그러한 독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싶다.


추리 문학상 수상 현황

2008년 CWA(영국추리작가협회) 인터내셔널 대거상(International Dagger Award) 후보작

2009년 매커비티 (Macavity) 신인상 수상

2009년 앤서니 (Anthony) 신인상 수상

2009년 배리 (Barry) 최우수 영국소설상(Best British Novel) 수상


오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197페이지 위경 --> 외경

옮긴이 주 434페이지 오셰 에드바르드손 --> 오케 에드바르드손

옮긴이 주 431페이지 Enid Byton --> Enid Blyton


Posted by 필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1.05.28 02:2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28 09: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뭐라고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군요.^^ 이미 주문하셨다니 먼저 읽어보시는건 어떠실런지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 2011.05.31 23:44 Address Modify/Delete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01 09: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의 리뷰가 읽을만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신다면 저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추리문학 신간이나 추리문학상 소식을 많이 올리려고 했었는데 요즘은 주로 리뷰를 올리는 바람에 글이 단조롭더라도 이해해주세요.^^

  2. BlogIcon 일창 2011.05.30 14: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 주말 잘 보내셨어요? 요즘 날씨가 좋던데 가끔 바람도 쐬시고 하십시오. ^^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추리문학상 수상 경력을 정리해주셔서 잘 봤습니다. ^^ 추리소설 위키가 있어서 번역본 현황과 수상 경력이 잘 정리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네요. 출판사들도 참조해서 빠진 수상작들을 번역해 내기 쉽도록 말이죠.

    • BlogIcon 필론 2011.05.30 17: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창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추리문학상 수상작 정보와 번역서의 정보를 한 곳에서 얻을수 있다면 독자들도 편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3. BlogIcon 일창 2011.05.31 08: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께서 번역서를 준비하신다니 이만큼 반갑고 기쁜 소식이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거절을 했다고 하시는데, 참 앞날을 볼 줄 모르는 출판사라는 생각이 들고요. 앞으로 기회가 분명 있으실 터인데 잘 되셨으면 합니다. ^^

  4. BlogIcon 일창 2011.06.01 08: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예. 물론이지요. 추리 독자라면 누구라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잘 되시길 빕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01 09: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창님께서 응원해주시니 힘이 나는군요.^^ 일창님께서도 즐거운 한주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