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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SF 문학 작가 츠츠이 야스타카는 한국에서 이미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파프리카의 원작자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아마도 일본에서 가장 뛰어난 상상력을 자랑하는 작가라고 불려도 과장은 아닐 듯 보인다. 출간하는 작품마다 독특한 소재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로 독자를 시종 일관 매료시키는 츠츠이 야스타카가 이번에는 엄청난 상상력으로 재무장한 소설 인구조절구역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경제 침체의 위기에 직면한 일본은 중앙인구조절기구(CJCK)라는 곳을 통해서 노인 인구를 조절하고 예산 낭비, 가정불화, 경제 불황의 심화 등의 사회 안팎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 해결은 바로 실버 배틀인데, 실버 배틀은 노인 상호처형제도이다. 이 제도를 통해 노인들 서로가 서로를 죽이게 하는 것인데, 바로 70세 이상의 노인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지정된 지구 내에서 한 명만이 생존할 수 있다. , 배틀 완료 시점인 한 달 뒤에 생존자가 한 명 이상이면 정부의 관할 하에 생존자 모두가 처형된다. 생존을 위해 각종 무기는 허용되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도망은 허락되지 않으며, 노인 외의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로 처벌당한다. 결국 노인복지시설이나 집 안에서 생의 마지막을 기다리던 노인들이 이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살기 위해 살인을 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작품 속의 인물인 우타니 구이치로에게는 그를 도와주는 후배 사루타니가 있었다. 전직 형사인 사루타니는 구이치로를 돕기 위해 몰래 구이치로가 살고 있는 지구에 숨어든다. 그 둘은 살기 위해서 노인들과 서로 죽이려는 싸움을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지구에서의 끈질긴 사투에서 간신히 목숨을 연명한 두 사람, 그들은 마침내 자신과 같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들과 함께 최후의 전쟁을 하려고 하는데

 

과연 저자 츠츠이 야스타카가 독자에게 던지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언뜻 보기에 지나치게 과장되고 잔학한 소재로 쓰여진 것처럼 보이는 인구조절구역은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 실버 배틀이라는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실험하려는 블랙코미디(“죽음과 같은 끔찍한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다루는 문학의 장르”)적인 소설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성격 묘사를 통해서 비극적이지만 유쾌한 전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12000명의 관객이 보는 가운데 니시나리히가시 운동공원에서 펼쳐지는 노인들의 배틀은 블랙유머의 극치를 보여주는듯 하다.

 

행진곡이 끝났습니다. 팡파르가 드높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세기의 할아버지 할머니 대 배틀이 시작되었습니다살아남은 사람이 누군지 여기서는 알 수 없습니다. 돌아가신 많은 할아버님, 할머님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우리 젊은 사람들을 위해서 이렇게 흥미롭게 죽어주셨네요. 고마웠습니다.”

 

고령화 사회의 진입은 비단 일본과 같은 선진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제는 한국과 다른 개발도상국가들에서도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정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사회적인 현상에서 오는 위기의식이 인구조절구역과도 같은 소설의 탄생을 가져왔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소설을 무조건 비관적인 사회 현상을 우려하는 문학적 표현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써 츠츠이 야스타카의 거침없는 상상력이 발휘된 인구조절구역을 읽으면서 우리도 한번쯤은 지금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되돌아보고 미래의 후손이 살게 될 사회를 설계해야 될 시점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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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창 2011.04.24 07: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 리뷰를 읽고보니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이 책을 찾아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인 것 같네요.

    일본인이 장수 체질이라 고령화 문제가 특히 심각한 것 같던데, 이렇게 SF적 상상력으로 그 문제를 다룬 소설이 있었네요. '배틀 로얄'의 설정을 가져온 것이 참 기발하면서도 섬찟합니다.

    노인 배틀 대목에서 인용해주신 대목이 슬프면서도 웃긴 것이, 블랙유머가 뛰어다다는 이 소설의 특징을 잘 요약해주신 듯 합니다. ^^

    • BlogIcon 필론 2011.04.26 13: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소재가 독특하면서도 최근 선진국의 고령화 현상을 블랙 코미디로 잘 표현한것 같아서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