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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천만 부 이상이 팔리고 배리 상(Barry Award)에서 선정한 최근 10년간의 최우수 미스터리 소설상을 비롯한 각종 추리문학상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과시한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이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밀레니엄이라는 잡지의 편집주간 겸 주주이다. 독신으로 살고 있으며 주변에 여자들이 따르는 매력남인 그는 소설의 초반부에 베네르스트룀이라는 거물 경제인과의 소송에서 패한 뒤 반예르 그룹의 은퇴한 회장 헨리크 반예르로부터 솔깃한 제의를 받게 된다. 헨리크 반예르의 조카 고트프리드의 딸인 하리에트가 1966년도에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헨리크 반예르는 하리에트가 살해되었다고 그 동안 의심해왔지만 경찰의 조사도 헛수고였고, 하리에트의 행방을 찾는 그의 개인적인 노력도 허사였다. 헨리크 반예르는 미카엘에게 1년 동안 하리에트의 실종에 관한 비밀을 밝혀줄 것을 제안하고 미카엘은 이 제안을 수용한다. 하리에트의 실종에 관계된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블롬크비스트에게는 그가 눈치 채지 못한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데…


밀레니엄 1부의 제목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여러 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이다.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여성 해커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소설 속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과거 추리소설에서 범죄자에게 희생양이 되는 연약한 여성상과는 대조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애쓰며 주변의 도움을 거부하는 독립적인 삶을 꾸려나간다. 자신의 장기인 해킹 실력으로 다른 이들 몰래 감시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골탕 먹이기도 하는 살란데르는 1부에서는 미카엘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주로 하지만 2부와 3부에서는 주도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세력과의 전면전에 나서게 된다. 미카엘의 누이동생 안니카는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녀가 학대받는 여성을 대변해주는 변호사이자 여성 운동가라는 점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가정 폭력을 주제로 한 소설임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고 볼 수 있겠다. 밀레니엄에서 가장 특이한 여성은 바로 미카엘과 육체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밀레니엄의 공동 주주인 에리카이다. 그녀는 결혼해서 남편이 있음에도 여전히 미카엘과 성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대담한 여성이다. 이렇게 밀레니엄 1부를 읽으며 각자 개성 넘치는 여성들의 삶을 들어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볼 수 있겠다.


밀레니엄을 읽으며 느끼는 또 다른 재미는 소설 속에서 나오는 실제 작가들의 이름이다. 추리 문학 매니아라면 익숙한 고전 추리소설계의 대표적인 작가인 도로시 세이어즈, 알파벳 시리즈로 명성을 얻고 있는 수 그래프턴, 영국추리작가협회의 골드대거상과 올해 에드거 그랜드 마스터 상을 수상한 새러 패러츠키, 영국 ITV의 인기 범죄 드라마 Wire in the Blood로도 유명한 스코틀랜드 작가 발 맥더미드(토니 힐& 캐롤 조던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인어의 노래’가 한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조지, 이들 모두 과거와 현재의 시간 속에서 여성 추리문학 작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 스티그 라르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추리문학에 대한 지식을 이 소설에서 드러내고 있다.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 밀레니엄 1부는 기본적으로 미카엘이 실종된 하리에트를 찾는 추리소설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살인, 폭력, 섹스 등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경찰소설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특색이다. 북유럽 추리문학계는 경찰소설이 대세인데 이미 영미권에서 위치가 공고한 스웨덴 작가 헤닝 만켈(발란더 시리즈)이나 최근 몇 년간 골드 대거상과 배리상 수상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이슬란드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레이캬비크 시리즈), 그리고 에드거 상 후보로 오른 경력을 가지고 있는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스노우 맨’이 올해 한국에서 출간될 예정)와 같은 작가는 이미 추리문학 매니아들 사이에서 익숙한 이름이 되어버렸다. 밀레니엄에서는 신문기자와 해커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독특한 구조를 소설에서 담고 있다. 경찰이 개입하지 않고 사립 탐정(밀레니엄 1부에서는 미카엘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에 의해서 사건이 해결되는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요소가 북유럽 특유의 환경과 결합하여 미국에서 더 큰 인기를 끌게 된 이유인 것은 아닌지 추측이 가능하다.


밀레니엄 1부에서 주목하여 볼 점은 이 소설에 저자 스티그 라르손의 사회 고발적 의식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각장의 도입부에는 스웨덴 여성이 남성의 폭력에 어느 정도로 노출되어 있는지에 대한 통계가 잠깐씩 언급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세실리아의 남편, 예뤼 칼손이 폭력적인 남편으로 묘사된다. 가정 폭력은 비단 스웨덴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 여성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주변 남성의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여성을 향한 폭력은 심각할 수준에 도달하였다(얼마 전 2011 INPUT 서울 총회를 기념하여 방영된 ‘에이미 이야기’가 미국 내 가정 폭력을 심도 있게 다룬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지역사회나 공권력이 가족의 틀이라는 장벽을 넘어서 개입하기를 자제하고 단순히 가정사로 치부하며 쉬쉬하는 동안 그 심각성이 더해 간다는 점이다. 한국과 같은 가부장적인 전통이 강한 나라는 그 사정이 더할 것이다.

또한 인종 차별과 극우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도 엿볼 수 있는데 소설 속에서 헨리크 방예르의 형 리샤르드가 극우주의자로, 하랄드는 인종우생학을 지지했으며, 하랄드와 그레예르는 파시스트 운동에 가담했음이 언급된다. 이렇듯 밀레니엄은 흥미를 우선시한 스릴러이지만 동시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자가 전달하고자한 사회 문제를 느낄 수 있다. 밀레니엄을 읽으면서 그 속에 녹아있는 사회 고발의 의미를 한번쯤 되짚어본다면 고인이 된 스티그 라르손이 평생 맞서고자 했던 인종 차별이나 극우주의와 같은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문제가 비단 스웨덴만이 처한 문제가 아닌 인류 모두가 해결해야 될 점이라는 인식에 조금은 동참할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밀레니엄은 한번 책을 들으면 놓을 수 없는 강력한 흡인력이 매력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시종일관 독자의 시선을 소설 속에 머무르게 하는 흥미진진한 페이지 터너(page turner: 책장을 계속 넘겨야 될 정도로 재미있는 책을 일컬음)를 찾는다면 밀레니엄이 바로 그러한 독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싶다.


추리 문학상 수상 현황

2008년 CWA(영국추리작가협회) 인터내셔널 대거상(International Dagger Award) 후보작

2009년 매커비티 (Macavity) 신인상 수상

2009년 앤서니 (Anthony) 신인상 수상

2009년 배리 (Barry) 최우수 영국소설상(Best British Novel) 수상


오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197페이지 위경 --> 외경

옮긴이 주 434페이지 오셰 에드바르드손 --> 오케 에드바르드손

옮긴이 주 431페이지 Enid Byton --> Enid Blyton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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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8 02:2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28 09: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뭐라고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군요.^^ 이미 주문하셨다니 먼저 읽어보시는건 어떠실런지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 2011.05.31 23:44 Address Modify/Delete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01 09: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의 리뷰가 읽을만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신다면 저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추리문학 신간이나 추리문학상 소식을 많이 올리려고 했었는데 요즘은 주로 리뷰를 올리는 바람에 글이 단조롭더라도 이해해주세요.^^

  2. BlogIcon 일창 2011.05.30 14: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 주말 잘 보내셨어요? 요즘 날씨가 좋던데 가끔 바람도 쐬시고 하십시오. ^^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추리문학상 수상 경력을 정리해주셔서 잘 봤습니다. ^^ 추리소설 위키가 있어서 번역본 현황과 수상 경력이 잘 정리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네요. 출판사들도 참조해서 빠진 수상작들을 번역해 내기 쉽도록 말이죠.

    • BlogIcon 필론 2011.05.30 17: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창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추리문학상 수상작 정보와 번역서의 정보를 한 곳에서 얻을수 있다면 독자들도 편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3. BlogIcon 일창 2011.05.31 08: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께서 번역서를 준비하신다니 이만큼 반갑고 기쁜 소식이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거절을 했다고 하시는데, 참 앞날을 볼 줄 모르는 출판사라는 생각이 들고요. 앞으로 기회가 분명 있으실 터인데 잘 되셨으면 합니다. ^^

  4. BlogIcon 일창 2011.06.01 08: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예. 물론이지요. 추리 독자라면 누구라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잘 되시길 빕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01 09: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창님께서 응원해주시니 힘이 나는군요.^^ 일창님께서도 즐거운 한주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밀레니엄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스티그 라르손의 트릴로지 마지막 소설이다.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2008년 북유럽 최고의 추리문학상인 유리 열쇠상(Glass key Award)을 수상하였고, 2010년 CWA(영국추리작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인터내셔널 대거상(International Dagger Award) 후보작이었다.


1부에서는 미카엘이 헨리크 집안 이야기를 조사해서 하리예트를 찾아낸다는 이야기인 반면 2부는 주로 리스베트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중 마지막 시리즈 격인 3부에서는 리스베트의 가족사를 넘어 경찰조직 세포라는 비밀경찰에 이르는 과거 스웨덴의 정치사와 얽힌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2부의 결말 부분이 다소 모호한 상태로 종결되어 2부를 읽은 후에는 3부를 읽지 않고는 절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일어날 정도이다.


3중 살인의 용의자로 쫓기던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자신의 주특기인 해킹실력으로 자신이 누구에게 쫓기고 있으며 또한 이 모든 일을 저지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게 된다. 그들의 만남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며 이번에야 말로 끝을 내려고 그들을 찾아갔다가 오히려 부상을 당하게 되고, 3부에서는 살란데르의 처절한 응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밀레니엄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에서 주목해 볼 점 가운데 하나는 이 소설의 주된 테마가 과거 냉전 시대에 스웨덴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민감했던 스웨덴 내부의 정치가 연관 지어진다는 것이다. 살란데르와 관련해서 스웨덴 비밀경찰 세포가 냉전 시대의 국가적 이익을 위해서 한 사람의 인권을 유린할 수가 있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간의 양대 진영의 대립되는 소위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북유럽 추리문학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골드 대거상과 배리상 수상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레이캬비크 시리즈 네 번째 작품(영어 번역본을 기준으로) ‘The Draining Lake'는 냉전시대에 아이슬란드를 두고 벌어지던 미국과 소련간의 스파이 경쟁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헤닝 만켈의 발란더 시리즈의 최종 작품인 'The Troubled Man' 역시 냉전 시대 스파이와 연관을 지은 소설로 알려져 있다. 또한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The Redbreast' 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르웨이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신나치주의 운동을 소재로 하고 있다. 밀레니엄 3부와 마찬가지로 위에서 언급한 소설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라는 틈속에서 좌파와 우파라는 이데올로기와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로 얼룩진 북유럽 국가들의 과거사를 문학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3부에서 주목해 볼 다른 하나는 이 소설에서 언급되거나 등장하는 실제 인물들일 것이다. 추리 소설에서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는 않다. 픽션이라는 특성으로 인해서 허구화된 캐릭터가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인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점에서 밀레니엄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마치 스웨덴의 정치사를 공부하는 개론서인양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과거 스웨덴 정부의 수상이나 정치가, 예를 들어 70년대 후반 수상을 역임한 토르비에른 펠딘, 암살로 인해서 잘 알려진 올로프 팔메, 2003년 암살된 외무부 장관 안나 린드 등이 언급된다. 특히 토르비에른 펠딘은 실제로 소설에 등장하여 예르셰르 홀름베리 형사와 만나는 장면이 묘사되기도 하여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더욱 흥미를 안겨주고 있다. 또한 CIA 방첩국장을 역임하였고 냉전 시대 동안 미국과 소련간 스파이 전쟁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했던 제임스 지저스 앵글턴이 언급된 점 또한 흥미롭다. 2006년에는 맷 데이먼과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헐리우드 영화 ‘굿 셰퍼드’가 제임스 지저스 앵글턴의 삶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과거 냉전시대의 유산으로 여겨지는 스파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한 듯 보인다.


리스베트는 자신이 직면한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 그것을 위해서 그녀의 변호사인 안니카는 어떤 전략을 짜야할까? 민사사건만 주로 해왔던 그녀가 과연 리스베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있을까? 리스베트를 사회에서 매장시키려고 하던 세포내의 그 비밀조직들은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 간의 대립과 여러 조직들 간의 대립이 이루어지면서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점점 긴장을 늦출 수가 없고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날는지 독자로 하여금 상상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단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원래 밀레니엄 시리즈가 스티그 라르손에 의해서 10부작으로 계획되었던 만큼 3부작이 끝나 리스베트와 미카엘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종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스웨덴 정치와 경제에 얽힌 더 많은 미스터리가 밀레니엄 잡지사의 주변에 일어날 것 같고, 그래서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모험은 계속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책장을 덮고 나서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쉽다. 밤잠을 설치게 만들며 빠져들었던 밀레니엄 시리즈를 더 이상 접하게 될 수가 없다는 자체가 아쉽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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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창 2011.05.26 18: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나중에 번역을 직접 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니 정말 기대가 됩니다. 외국어도 잘 하시겠지만 워낙 우리말 실력이 출중하셔서 좋은 번역을 하실 것 같아요. ^^

    스티그 라르손이 4~10부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배치할 생각이었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더라고요. 물론 제 상상력으로는 4부 이상으로는 넘어가질 못합니다만... ^^

    라르손의 여자친구가 언젠가 뒷부분을 이어쓸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지요? 그리 되면 이야기가 4부로 이어지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1~3부의 좋은 기억이 훼손될까 우려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27 09: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쉽긴 하지만 3부에서 종결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지요.^^ 밀레니엄이 출간되고 여러 기회를 얻어서 원서와 번역서 모두 완독을 하게 되어서 저는 기쁘군요. 한국에서의 반응이 그다지 폭발적이지 않은 점이 좀 아쉽긴 하지만요.

     

스티그 라르손의 트릴로지 두 번째 작품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에서는 1부에서 미카엘의 조사를 도와주었던 천재적인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밀레니엄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는 2009년 CWA(영국추리작가협회) 인터내셔널 대거상(International Dagger Award) 후보작이었지만 아쉽게도 수상의 영광은 얻지 못했다. 참고로 2009년에 스티그 라르손,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카린 알브테겐, 요 네스뵈와 같은 추리문학 매니아에게는 그 명성만으로도 귀에 익숙한 쟁쟁한 후보자들을 밀어내고 수상한 작품은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프레드 바르가스의 ‘파란 동그라미의 사나이’이다.


리스베트는 미카엘의 일을 해준 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한다. 미카엘은 동생이자 변호사인 안니카의 생일 파티에 갔다가 준비 중이던 책과 특종기사를 쓰고 있는 다그 스벤손과 미아 베리만의 전화를 받고 집에 들르지만 책을 준비 중이던 그와 그의 여자 친구 미아 베리만은 죽은 채로 발견된다. 범행에 사용된 총은 닐스 비우르만 변호사의 것이었고 그의 집을 찾아가보니 설상가상으로 그녀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그 변호사까지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 권총에 살란데르의 지문이 남아있는 것으로 인해서 경찰은 그녀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뒤쫓는다...

밀레니엄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 주목할 캐릭터는 단연 리스베트 살란데르이다. 1부에서도 드러난 그녀의 반사회적인 성향은 어릴 적 겪었던 가족과의 갈등과 상처로 인한 것임이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통해서 독자에게 알려지게 된다. 비밀에 쌓여있던 살란데르의 아픈 과거가 자신의 정적으로 변신한 비우르만 변호사에 의해서 파헤쳐지면서 살란데르는 뜻하지 않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실종된 헨리크 바예르의 조카를 찾는 과정을 독립된 이야기로 전개된 소설이고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미카엘을 소설의 후반부에 돕는 역할로 등장한다. 이에 반해서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읽고 난 뒤 독자들은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를 바로 읽지 않고는 못배길정도로 2부와 3부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스티그 라르손의 사회의식은 밀레니엄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나는데 2부에서는 여성 인신매매가 그 주된 테마이다. 다그 스벤손과 그의 여자 친구인 미아 베리만은 여성의 인권이 인신매매로 인해 유린되는 상황을 조사한다. 스웨덴에서 주로 동유럽 국가의 여성들이 일자리를 준다는 꾐에 넘어가 입국하여 법적인 보호와 최소한의 인권마저 박탈당하며 성매매에 이용당한다. 이 과정에서 인신매매를 일삼는 불법 조직이 개입하고 심지어 경찰 공무원과 변호사까지 은밀히 성구매를 하는 어두운 현실이 밝혀지게 된다.


밀레니엄 2부가 다루고 있는 여성 인신매매는 다른 추리문학 작가들도 종종 소재로 이용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같은 스웨덴 출신이면서 이미 영미권에서 추리문학 작가로서의 위치가 확고한 헤닝 만켈이다. 그의 2001년 영국추리작가협회 골드대거 최우수 장편소설 부문 수상작 'Sidetracked' 에서는 어린 여성들이 성이라는 폭력에 인권이 유린당하는 아픈 스웨덴의 현실을 소설에서 잘 묘사되고 있다. 또한 에드거 상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은 미국의 의학 스릴러 작가, 테스 게리첸의 ‘Vanish’(한국에서는 '소멸'이라는 제목으로 랜덤하우스에서 출간)를 예로 들 수 있다. 테스 게리첸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동구권 또는 러시아 여성들이 인신매매의 형태로 미국이나 서구권 국가에서 성매매의 올가미에 씌워지는 어두운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헤닝 만켈이나 테스 게리첸과 같은 여러 작가들이 이룩해놓은 문학적 환경과 토대를 바탕으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이라는 대작이 탄생하게 된 것은 아닌지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밀레니엄이 다른 추리문학과 분명하게 차별되는 점은 저자 스티그 라르손이 기자로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애쓴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이 소설에서 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전체적으로 큰 스케일의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여타의 다른 소설들과 비교해서 본다면 오산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특이한 캐릭터의 주인공 리스베트도 그러하다. 어릴 적 가정 폭력에 희생당해 정신병기질이 있는 천재적인 그러나 겉으로는 다 자라지 않은 그런 모습의 한 여자. 그녀가 겪어 온 삶을 있게 한 사회의 책임은 무엇인지에 관점을 맞추어 본다면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라 사회의식을 담은 진지한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한국판 제목이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위험한 불과 논다는 표현은 그러한 거친 삶을 살아온 리스베트에게는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한다.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을 증오하는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는 한번 잡으면 놓기 어려운 매력적인 스릴러임에 틀림없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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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리앤 2011.05.23 17: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표지가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기대됩니다. 읽어봐야겠어요 ^^

    • BlogIcon 필론 2011.05.24 08: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리앤님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영국판 표지를 본딴 이번 웅진에서 재출간한 밀레니엄(리앤님도 아시듯 아르테 출판사의 밀레니엄과는 표지가 다르지요)의 표지가 무척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 BlogIcon 일창 2011.05.24 11: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밀레니엄' 2부 리뷰를 올려주셨군요. 고맙습니다.

    이 작품은 스웨덴 사회상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은데, 필론 님께서 잘 집어서 설명해주셔서 잘 이해가 되었습니다. 헤닝 만켈과 테스 게리첸 작품과 연관시켜 주신 점은 역시 독서폭이 넓으시니 가능하셨던 것 같네요. ^^

    CWA 해외부문 상에서 파란 동그라미에 밀린 것은 좀 아쉬운 결과입니다. 바르가스는 프랑스 작품이라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은 것이 다소 유리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24 13: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파란 동그라미를 읽어본후에는 밀레니엄 2부가 인터내셔널 대거상을 수상하지 못한것에 더욱 아쉬움이 남더군요.^^ 밀레니엄 1부가 너무 많은 상에 이름이 오르는 바람에 2부와 3부가 좀 소외된것은 아닌지 저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도 듭니다.^^ 제가 읽어본 추리문학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언급했던 두 작품 이외에는 여성의 성매매를 주제로 한 작품이 그다지 떠오르는게 별로 없더군요.^^

  3. BlogIcon 일창 2011.05.25 17: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3부 리뷰도 올려주셔서 잘 봤습니다. 파란 동그라미는 좀 밍밍하다고 해야 하나 그렇더라고요. ^^ 밀레니엄은 숨가쁘게 읽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취향 차이겠지만 밀레니엄 대 파란 동그라미라면 대개 밀레니엄 쪽이 낫다 할 것 같은데 결과는 반대로 나왔습니다.

    필론 님 말씀대로 밀레니엄 1부가 너무 시선을 혼자 독차지한 다음이라 2부와 3부가 손해를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점점 스케일이 커져가는 2~3부의 매력도 있는데 말이지요.

    필론 님 리뷰를 보고 나면 다른 리뷰가 군더더기 같아요. 항상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기억력 나쁜 제게는 큰 도움이 되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

    • BlogIcon 필론 2011.05.26 11: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제가 평론가는 아니니까 뭐라고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프레드 바르가스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과 스티그 라르손을 밀어내고 수상한것은 의외였습니다.^^


L.A. Outlaws by T. Jefferson Parker
 

T. 재퍼슨 파커(T. Jefferson Parker) 2008년작 L.A. Outlaws이다. 재퍼슨 파커의 에드거 상 수상작인 캘리포니아 걸이 이미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하였다. L.A.Outlaws는 경찰 찰리 후드(Charlie Hood) 시리즈의 1탄으로 현재 이 시리즈는 Iron River까지 3탄이 출간되었다찰리 후드는 이라크에서 NCIS(미국해군범죄수사대)에 근무한 경력을 가진 28살의 젊은 경찰이다. 자세한 내용은 리뷰에 쓰겠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찰리 후드 외에 여성 주인공이 1인칭 시점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책의 제목대로 무법자인 앨리슨이자 학교 교사 수잔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여성 주인공은 범죄자이면서 중요한 사건의 목격자가 됨으로 인해 킬러의 추격을 받게 된다. 시점이 3인칭과 1인칭으로 번갈아 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이 이 소설의 독특한 장점이자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듯한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나의 평점 ★★★★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by Stieg Larsson밀레니엄 1 (상)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1부이다. 원 제목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는데 영어 번역본의 제목은 '용 문신을 한 여성이다. 지금도 스티그 라르손이 뉴욕타임즈나 반즈앤노블에서 베스트셀러의 순위에 드는걸 보면 스티그 라르손의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레니엄 1부는 북유럽 작가에 수여하는 유리 열쇠상 수상을 제외하고도 2009년 앤서니 상을 수상했고, 2008,2009,2010 CWA(영국추리작가협회) 인터내셔널 대거상 후보에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영어 번역본의 제목은 1부에서도 후반부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2부에서는 주인공인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강조한 듯 보인다. 1부에서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밀레니엄이라는 잡지의 편집주간 겸 주주이다. 반예르 그룹의 은퇴한 총수 헨리크 반예르는 그의 조카 고트프리드의 딸, 하리에트가 1966년에 실종되었고 살해당했다고 생각해서 미카엘에게 범인을 찾아달라는 제안을 하게된다. 이때부터 미카엘은 보이지 않는 범인을 찾게 되는데 반예르가에는 그 동안 숨겨져왔던 비밀이 있었다. 2부와 3부는 범죄소설의 형식을 띄는 1부와는 다소 다른 형식의 스릴러이다. 개인적인 평은 재미는 있으나 깊이가 조금은 떨어진 느낌이다.

나의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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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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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iceboat 2010.11.11 10: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캘리포니아 걸도 번역되서 나왔군요. 따로 리뷰 올려주신다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렇게 예고해주시니까 리뷰를 기다리는 재미가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월별로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보기 편하고 저도 막 정리가 되는 것 같네요. 꼼꼼한 성격이신가 봅니다.

    저도 밀레니엄 시리즈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읽으신 분들께 물어보면 거의 모두 재미있는 책이라고 만족스럽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계획대로 완성을 못하고 일찍 사망한 것이 아쉽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0.11.11 16: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추리소설 전문 블로그를 하게 된다면(지금으로 봐서는 티스토리와 이글루스를 병행해서 운영하기는 무리이고 이번달 말까지 지켜본뒤에 iceboat님과는 이글루스를 통해서 계속 교류를 하게될지도 모르겠네요. 이글루스는 검색엔진을 통해서 방문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그 점이 좋거든요) 그 달의 뉴욕 타임즈나 반즈앤노블의 베스트셀러 가운데 한 두권을 소개하고 리뷰로 올리려고 생각중입니다.
      밀레니엄은 iceboat님도 잘 아시겠지만 미국에서 지금도 베스트 셀러라서 한 번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예상대로 재미있더군요.^^
      저의 글을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 BlogIcon iceboat 2010.11.12 10: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좋게 보아드리는게 아니고 제가 견문이 부족해서 그런지 진짜 고퀄리티의 도움되는 정보들이라서요. ^_^ 영어로 원서 바로 보시는 분들이야 굳이 번역해서 블로깅을 해주실 필요성이 없는 분들이 많으니 이런 정보 찾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티스토리가 이글루스보다 검색 엔진 유입이 적은가 보지요? 다음이랑 연계되어 있을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아주 이사를 오시지 않더라도 저랑 교류해주신다니 일단 마음은 놓았습니다. 하하. 아무튼 저는 필론 님께서 티스토리가 마음에 드시기만 기다려야겠네요.

    • BlogIcon 필론 2010.11.12 11: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티스토리의 검색이 왜 이글루스와 차이가 나는지 그점이 좀 의외이더군요. 저의 티스토리에서의 거취 여부에 상관없이 타블로그간에도 교류가 가능하니 앞으로도 iceboat님의 좋은 글에 제가 많은 도움을 받겠습니다.

  3. BlogIcon iceboat 2010.11.12 12: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티스토리 검색 기능이 좀 부족한 모양이네요. 필론 님 블로그에 있는 글이 다 인덱싱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http://search.daum.net/search?nil_suggest=btn&nil_ch=&rtupcoll=&w=blog&m=&f=&lpp=10&q=http%3A%2F%2Fryubrian.tistory.com

    도움은 제가 받아야지요. 항상 친절한 답변을 빨리 주시는 점도 감사드립니다.

    • BlogIcon 필론 2010.11.12 12: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래도 검색기능을 통해서 iceboat님의 블로그를 찾아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분들은 답방도 안오는 분들도 계시던데 iceboat님께서는 늘 좋은 답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