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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The Janissary Tree(예니체리 나무)로 2007년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부문에서 수상한 제이슨 굿윈의 한국어 번역본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제이슨 굿윈의 환관 야심 시리즈는 현재까지 4작품이 출간되었는데, 가장 최근작 ‘An Evil Eye'에서는 오스만 함대의 사령관이 이집트로 망명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의 시작은 오스만 투르트 제국 시대에 술탄을 위협하는 과도한 특권을 누렸던 예니체리 부대가 개혁을 추진하려던 술탄에 반대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신위병 부대에 의해서 결국 와해되는 1826년 사건의 10년 후를 묘사하고 있다. 그 당시 술탄 마흐무트 2세는 군대 열병식을 계획하는데 어느 날 신위병 장교 4명이 실종되어 한 사람씩 시신이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되면서 당시 200만 인구의 이스탄불을 긴장시킨다. 설상가상으로 하렘에서는 궁녀 하나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생겨서 온 왕궁이 소란스러워진다. 그런 와중에 총사령관 세라스케르는 환관 야심에게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부탁하게 되고 야심은 그 과정에서 엄청난 비밀을 밝혀내게 되는데...


책의 제목 ‘예니체리 나무’가 암시하는 대로 이 소설의 주요 테마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 역사에서 권력을 누리던 예니체리 부대에 관한 내용이다. 예니체리 나무는 이스탄불 히포드롬 광장 안에 있는 나무를 지칭하는데 투르크제국의 군대인 예니체리 부대가 그 나무의 그늘아래에서 음모를 꾸미고 반대파의 목을 매달기도 했다고 한다. 번역서 뒤편에는 부록으로 예니체리 부대에 관한 역사를 수록해서 예니체리란 이름에 생소하거나 이름을 들어보았어도 구체적인 역사적 배경을 잘 모르는 독자들은 소설을 읽어보기 전에 먼저 부록을 읽어보면 소설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예니체리에 얽힌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추리소설의 번역서에서 자주 만날 수는 없는 부록을 수록하여 배경 지식을 제공하고 독자를 배려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이 소설에서 한 가지 특이한 캐릭터가 바로 환관 야심이다. 다른 추리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오스만 투르크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특이하지만 더구나 환관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여타 추리소설과는 다른 독특함을 주고 있다. 야심은 처음부터 탐정이라는 수식어를 붙을 만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때로는 여인을 보고 욕정을 품기도 하고 취미로 요리를 즐긴다. 그리고 친구가 다치면 신경을 쓰는 감성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야심은 환관으로서 궁정에서 명령하는 대로 사건을 해결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궁정에서 야심에게 그를 도와줄 인원을 제공하는 것도 없고 빨리 해결하라고 재촉하는 게 전부이다. 그는 대사나 춤꾼 같은 자신의 주변 인맥을 동원해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직접 용의자를 만나서 죽음의 위협을 느끼게도 되는 모험을 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형사나 사립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에 익숙한 독자에게 환관이 투박하게 사건의 전말을 밝힌다는 점에서 생소함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생소함이 ‘예니체리 나무’의 이국적인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어느 순간 과거의 이스탄불 시내를 거닐고 있는 듯 한 착각이 든다. 저자 제이슨 굿윈은 풍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19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모습을 완벽하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녹아들게 한 작품성을 보여주었다. 과거 이스탄불을 무대로 종횡무진 사건 해결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직관력과 감각을 보여주는 야심의 활약을 다음 작품에서도 기대하게 된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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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창 2011.06.23 17: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새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에도 깔끔히 정리해주셨네요.

    지난번 말씀해주신 책 제목이 여기에 나오는군요. ^^ 책의 부록 말씀에 동의하게 됩니다. 역사적 배경을 잘 아는 독자도 있겠지만 다수는 그렇지 못하니, 부록 형태로 독자를 배려한 점이 좋게 보이네요.

    필론 님 전공이 역사학이라 그런지 역사 추리소설 리뷰가 특히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24 09: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창님 저의 리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성은 분명 있는데 읽는 독자에 따라서 평가가 갈릴만한 작품이더군요. 역사 소설은 역시 저와는 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비록 검은계단은 정말 재미있었지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