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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으로 일본인 최초로 미국의 대표적 추리문학상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소설 부문에 오르며 미국에서도 주목받게 된 기리노 나쓰오. 그녀의 무라노 미로시리즈의 외전격인‘물의 잠 재의 꿈’은 청년 시절 무라노 젠조의 이야기이다.


1963년 9월 5일 <주간 담론>의 특약 기자 무라노 젠조는 지하철 안에서 발생한 폭발현장을 목격하고 이 사건이 세기의 관심을 끌고 있는 소카 지로의 또 다른 범행이라는 직감을 가지게 된다. 소카 지로는 1959년 12월을 시작으로 1963년 7월에 이르기까지 다이마루 백화점, 일본 극장, 시마쿠라 지요코 후원회 사무소, 뉴 도호 극장 등에서 발생한 폭발에 책임이 있는 강력한 용의자였다. 그가 9월 다시 범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연예인 요시나가 사유리에게는 소카 지로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돈을 요구하는 협박 편지를 보내어 경시청을 긴장시키는데...


기리노 나쓰오의 ‘물의 잠 재의 꿈’은 일본 역사상 대표적인 미해결 사건으로 알려진 소카 지로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역시 1960년대의 일본 사회와 소카 지로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의 몸값’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1960년대의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경제 성장(한국전쟁이 이 성장에 기여한 바가 크다)과 올림픽 개최 준비로 인해서 일본인들의 기대감이 극도로 고취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고속 성장하는 사회의 이면에는 2차 세계대전으로 가족을 잃거나 부상당한 상처를 잊지 못하는 세대와 소외 계층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1960년 미일상호방위조약에 반대하여 벌어진 안보투쟁과 도쿄대 사건은 그 당시 일본 사회의 정체성과 젊은 세대가 고민하던 이데올로기의 혼란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에서 그러한 일본 사회 속에서 젊은이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엿볼 수 있다. 주인공 무라노는 도쿄 대공습으로 부모님과 여동생이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소신을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이 손해를 입어도 마다하지 않는 정의파이다. 이와는 좀 다르게 그의 친구이자 기자인 고토는 기회주의자이자 신분 상승을 위해 물질 만능주의를 지향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무라노의 조카 다쿠야를 찾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만나게 된 다키, 그녀의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고 딸에게 폭행을 일삼아 결국 다키는 가출을 하게 된 당시 방황하던 청소년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기리노 나쓰오는‘물의 잠 재의 꿈’에서 가치의 혼란과 기회를 추구하던 젊은 세대의 삶을 소카 지로 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사회 문제를 다룬 멋진 추리소설로 탄생시켰다. 비록 1960년대의 일본 사회가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이질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젊은 세대의 고민은 존재한다. 사회 문제를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잘 융화시킨 기리노 나쓰오의 ‘물의 잠 재의 꿈’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한번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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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창 2011.06.05 20: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기리오 나쓰오는 몇 권 읽었는데 이 책은 아직 보지 못한 소설이네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1950~60년대 일본을 다룬 소설을 보면 한국 독자로서는 좀 낯설 때가 있더군요. 그 시대는 국교 단절 시기라 정보가 좀 제한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나이로 볼 때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그 시대를 되살렸겠네요. ^^ 좋은 글 고맙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06 09: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따끈따끈한 신간이라서 기대를 하며 읽었습니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은 사회문제를 다룬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흥미로움과 진지함이 동시에 느껴져서 좋은것 같습니다.^^ 일창님 저의 리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 BlogIcon 일창 2011.06.07 08: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제가 찾아봤더니 정말 엊그제 나온 신간이네요. ^^ 대단하십니다. 두 권이 한꺼번에 출간된 모양이지요? 일본 추리소설은 기본 판매량이 있는 것 같은데, 출판사에서도 최근 책을 바로바로 번역해주니까 선순환 싸이클이 돌아가는 듯 해서 부럽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07 08: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기리노 나쓰오의 인지도가 높은 이유도 있을 것이고 일본 추리소설의 출간이 한국에서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경향을 반영한듯 보입니다.^^
      서포터즈의 특권 같은거겠지요.^^ 신간을 다른 독자보다 먼저 접할 수있다는 점이 그래서 좋은 것 같네요.

  3. BlogIcon 일창 2011.06.18 01: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요즘 제가 추리소설도 많이 못 읽고 관련 글도 못 올리고 있는데 자주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추리소설과 고대사 모두 필론 님께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데 영 여유가 안 나네요. ^^ 그래도 필론 님이 계시니 언제든 모르는 것 있으면 여쭤보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은 혼자 부자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

    • BlogIcon 필론 2011.06.18 09: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읽고싶은 책은 많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창님께서 종종 좋은 글도 올려주시고 추리문학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수있다는 점이 저는 좋습니다.^^

  4. BlogIcon 일창 2011.06.19 13: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ㅎㅎ 제가 필론 님이나 새알밭 님이라면 저랑 수준이 잘 안 맞아서 놀기 싫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야기를 해주시니까 고맙습니다.

    필론 님께서는 신중하게 책을 고르시니까 성공률이 높으실 듯 합니다. 필론 님처럼 능력 있는 분이야 블로그 바깥에서도 많이 바쁘실 터이고, 그러니 아무래도 아무 책이나 읽으실 수는 없으시겠지요.

    인터넷 서평을 하시면서 보시는 책들은 대개 서포터를 안 하셨더라도 보셨을 책인가요? 아니면 서포터 때문에 별도로 읽으시게 된 책들인지 궁금합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20 08: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ㅎㅎ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저보다 일창님의 내공이 더 높으시니 제가 더 배울점이 많은걸요. 서포터즈 리뷰 가운데 제가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리는 것들만 서포터즈 여하에 상관없이 읽어보고 싶은 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장르에 상관없이 다독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므로 모든 책을 다 읽고 싶을 수는 없지요.^^

  5. 2011.06.21 01: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필론 2011.06.21 09: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이번 서포터즈에 지원하게된 계기가 사실 할런 코벤과 기리노 나쓰오가 라인업 목록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작가가 없었으면 신청도 안했을겁니다.^^ 기리노 나쓰오는 저의 기대에 부응했는데 할런 코벤은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6. BlogIcon 일창 2011.06.22 05: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그렇군요. 라인업이 좋아서 필론 님께서 지원하셨다니 두 작가에게 고맙군요. ^^ 할런 코벤도 곧 나오는 모양이지요? 'Tell No One'은 영화화가 잘 진행이 되는 모양이더군요.

    필론 님 참 '라인업'이라는 앤솔로지는 보셨어요? 픽션이 아니라 이런 것은 안 보시는지 모르겠지만, 필론 님의 평가가 궁금하네요.

    • BlogIcon 필론 2011.06.22 09: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할런 코벤의 스탠드 얼론 두 작품이 올해 안에 출간될 예정이라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라인업 저도 들어보았고 해리 보쉬에 대한 부분을 읽어보았습니다. 어떻게 읽었는지에 대한 부분은 이야기가 좀 깁니다만.^^ 그다지 인상적인 책은 아니더군요. 트루 크라임은 저도 좋아해서 존베넷 램지 살인사건에 관한 책을 관심있게 읽어보곤 했습니다만 라인업은 트루 크라임도 아니고 캐릭터의 탄생 이야기라서 그런지 저에게는 흥미를 주지는 못하더군요.^^

  7. BlogIcon 블랑블랑 2011.07.04 18: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기리노 나쓰오' 너무 좋아요~ㅎ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은 읽었는데 이건 아직 못 읽고 있네요~ 얼른 읽어야겠어요.
    리뷰 잘 보고 갑니당~^^*

    • BlogIcon 필론 2011.07.05 21: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은 상당한 매력이 있더군요.^^
      진지한 소재로 쓰는 추리소설인점이 좋은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