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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소설 The Pale Blue Eyes 로 2007년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소설 부문 후보1) 와 2006년 영국추리작가협회 히스토리컬 대거상(The CWA Ellis Peters Historical Crime Award) 후보에 올라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던 루이스 베이어드가 2008년 작 검은 계단(The Black Tower) 으로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은 역시 에드거 앨런 포가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앤드루 테일러의 ‘아메리칸 보이’가 얼마 전 번역 출간된 것과 비교하여 The Pale Blue Eyes 가 먼저 국내에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루이스 베이어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해야될것 같다.

 

처음에 페이지를 넘기면 프랑스 왕족의 가계도와 당시 있었던 사건들이 연도별로 약간 정리가 되어있어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하는 사람들은 조금 복잡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주 단순한 구성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뒤로 갈수록 복잡하게 얽히는 이야기와 반전은 결국 읽는 나도 이게 맞는 건가 저게 맞는 건가 하면서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또한 긴 책을 챕터를 짧게 끊어서 읽기 편하게 해두었고 챕터마다 목차가 길게 설명식으로 되어 있어서 내용을 알고 목차를 보면 한눈에 이야기가 파악이 되기도 한다. 단 목차를 미리 보아도 내용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

 

1인칭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엑토르 카르팡티에이다. 어느 날 그에게 비도크라는 경찰이 와서 르블랑이라는 사람을 아냐고 묻는다. 나는 당연히 알지 못하는 그 르블랑이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나를 찾아오려고 했다는 이야기만 믿고 그가 정기적으로 만나던 남작부인을 만나서 금으로 만들어진 젖물리개를 보게 된다. 그러면서 왕족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 내가 전직 의사라고 믿고 있었던 아버지에게는 과거의 어떤 비밀이 숨겨져있었던 것일까?...

 

검은 계단에서 주목해야 될 캐릭터는 단연 주인공 카르팡티에이다. 대학원에서 논문을 준비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박사가 아니지만 가족이외의 인물들, 즉 비도크같은 이는 그를 박사라고 부른다. 그는 비도크가 다짜고짜 집에 찾아와서 와인을 축내고 빵을 먹는 것에도 화를 내지 못하고 스스로 참는 소심남이다. 하지만 그러한 소심함에도 불구하고 카르팡티에는 샤를에 얽힌 비밀을 추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카르팡티에와는 대조적인 캐릭터가 바로 비도크인데 그는 범죄자였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범죄적인 성향을 경찰로서 범죄자를 잡는데 활용하는 터프가이이다. 홈즈와 뤼팡의 기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말하여지는 비도크의 활약상을 본다면 그의 매력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용의자를 협박하고 골탕 먹이는데도 선수인 그는 홈즈처럼 뛰어난 추리력을 가지고 행동하기도 하고 또한 뤼팽처럼 변장술에도 능하다. 비도크는 근대의 추리작가들, 예를 들어 에드거 앨런 포나 애거서 크리스티가 모델로 삼은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비도크의 활약상만 모아서 하나의 시리즈로 만들어도 무척 관심이 갈 듯 하다.

 

영화 철가면에 보면 자신이 왕이 되기 위해서 형을 아무도 못 보게 가면을 씌우고 감옥에 가둬버린 이야기가 나온다. 동화왕자와 거지에도 보면 그들 둘이 옷을 바꿔 입고 다른 곳에서 살아보려고 시도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꿔치기에 관한 이야기는 드라마나 동화나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기법이지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한 모두가 알 수 없다. 과연 샤를이라고 확신하는 이 아이는 정말 왕족의 아이일까. 그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또한 그때 죽었다고 공표가 된 아이가 살아있다고 하면 프랑스 왕족으로 인정을 받을까 아니면 대역죄인으로 몰려 다시 죽임을 당할까? 그의 누나는 그를 알아 볼 수 있을까? 주인공인 나와 비도크 박사를 바뀐 아이를 찾았다고 상을 받을까 또는 반역죄를 뒤집어쓸까? 실제로도 루이 샤를의 사망이후에 자신이 루이 17세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고 할 정도로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끊임없이 존재했었다.

 

이처럼 역사속 미스터리에 바탕을 둔 검은 계단은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형태의 구조가 비록 두꺼운 책이지만 한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18세기 프랑스 역사를 모르고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검은 계단과 같은 역사 추리소설은 어느 정도의 사전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왕정주의와 공화주의가 대립하던 혼란스러웠던 그 당시 프랑스의 상황을 알고 난 다음에 이 소설을 접한다면 이해하기도 더 빠르고 재미와 지식을 둘 다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역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이 장르의 매력은 아마도 과거에 살았던 인물들의 삶을 간접 경험해보는데 있을게 아닐까?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한번쯤은 투박하지만 감성적인 과거의 슬로우 라이프를 소설로라도 잠시 경험해보는게 검은 계단 같은 역사 소설의 장점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저자 루이스 베이어드가 철저한 역사적인 리서치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 전개를 바탕으로 쓴 검은 계단은 실존 인물인 비도크와 루이 샤를을 결합시켜 하나의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로 탄생시켰다. 많은 독자들이 나처럼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마치 18세기 파리를 거닐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속의 매력에 빠져들기를 추천해본다.


책 속의 구절

"우리가 아무리 불완전하게 어떤 것을 믿게 된다 하더라도 믿음만큼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



1)
드니스 미나와 루이스 베이어드와 같은 쟁쟁한 경쟁자를 밀어내고 2007년 에드거 상을 수상한 제이슨 굿윈의 The Janissary Tree(‘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이라는 제목으로 비채에서 출간)는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아쉽게도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작품성이 보증된 영미권 추리문학상 수상작이 한국에서는 의외의 부진을 겪는 경우라고도 볼 수 있다.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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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부엉이가우는밤 2011.05.11 23: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린시절 홈즈와 루팽의 팬이였던 사람으로서 두 캐릭터를 가진 비도크 라는 인물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거기다가 역사추리소설이라니...흥미진진해 보입니다.
    결말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루이샤를이라는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인물을 다루게 되면 여러가지 제약이 있을텐데....마무리를 잘 했는지가 궁금합니다.

    필론님은 영미권 추리소설들이 왜 한국에서는 부진을 겪는다고 생각하세요? 문화적 코드가 맞지 않는건가? 제 주변사람들을 보니깐 일본추리소설을 즐겨읽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고등학교때만 해도 미국 스릴러물들을 즐겨보았던것 같은데....

    아무튼 리뷰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12 08: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벙이벙이님 저의 리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결말에 대한 부분을 저의 리뷰에서 언급할수는 없었지만 반전이 기막힌 소설이더군요. 저자의 에드거 상 후보작을 읽어보지는 않아서 이번 작품이 처음 접해보는 겁니다만 루이스 베이어드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탁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영미권 추리소설이 한국에서 좀 부진한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다행히 랜덤하우스나 비채에서 꾸준하게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어서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2. BlogIcon 일창 2011.05.12 02: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께서 비채 서평단을 하시니까 이런 좋은 리뷰도 금방 읽을 수가 있네요. ^^ 고맙습니다.

    루이 샤를이나 아나스타샤 같은 역사 속의 실종자들을 다룬 미스터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혁명기에 나폴레옹 시대라는 배경도 흥미진진하고요.

    작가가 서양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까지 배려하여 시대 고증을 하고 독자를 18세기 파리로 끌어들이는데 노력을 많이 기울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그 시대를 전혀 모르면 재미가 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겠지요. ^^

    • BlogIcon 필론 2011.05.12 08: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의 전공이 프랑스 역사가 아니므로 이 자리에서 뭐라고 이야기 할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루이스 베이어드가 이 소설을 준비하면서 상당히 프랑스 역사에 대해서 리서치를 한듯 보이더군요.^^ 소설의 짜임새도 탄탄하고 마지막 반전이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3. 2011.05.22 05:4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필론 2011.05.22 10: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번역 제목을 떠나서 그 소설도 작품성이 있는 추리문학인데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았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4. BlogIcon 일창 2011.05.23 10: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별 이야기도 아닌데 어떻게 비밀댓글로 남겨졌네요. ^^ 잘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오늘 보니까 전공분야 책 소개를 올려주신 것이 초보자도 읽기 쉽게 되어 있어서 참고하려고 합니다. 아마추어로 소개해주시는 추리소설 글도 전문적이신데, 전공분야 책 소개는 더 훌륭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필론 2011.05.23 12: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창님 덕분에 벙이벙이님의 글을 잘 읽게 되었습니다.^^
      밀레니엄의 열풍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도 북유럽 추리문학에 데한 관심이 높아진 느낌이 드는군요.^^ 유독 한국에서만 조용한것 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