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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

나는 주로 영국의 전통을 따른 고전 추리 소설(1)들을 좋아하는 편이다최근에 출간된 소설보다는 고전을 더 좋아하는 편인데 지금은 이미 다 유행이 지나가버린 도로시 세이어즈나 엘러리 퀸의 책을 좋아하기도 했다. 요즘 책들은 왠지 고전을 못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 중 존 하트의 데뷔작 라이어(원제목은 The King of Lies)는 신선한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책의 줄거리를 소개하기에 앞서서 존 하트라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작가에 대해서 언급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실 그의 이름이 미국에서 알려지게 된 계기는 그의 첫 작품인 라이어가 2006년 에드가 상에 후보로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 Down River(데니스 루헤인의 미스틱 리버와 혼돈하기 않기를 바란다)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2008년에는 미국 최고의 추리소설에 수여하는 에드가 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Down River는 아직 국내에서 번역 출간이 안된 상태이고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 리뷰에서 두 책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너무나 유명해진 Down River가 왜 한국에서 출간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생겼지만 그 동안 미국의 베스트셀러가 한국에서 반응이 좋지 않았던 사례들(2) 을 볼 때 그리 놀랄 일은 아닌 듯 보인다. 존 하트는 하드 보일드 색채를 띈 소설 ‘The Last Child’ 2010년에 에드가 상을 두 번째로 수상하며 그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라이어는 법정 소설이라는 특이한 장르의 책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아주 두꺼운 무슨 사전만큼 방대한 양의 책이지만 아침에 손에 들고 저녁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소설 속에서 변호사가 주인공이고 그 주인공의 아버지가 죽은 것으로 발견되면서 이 사람을 누가 죽였을까 하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고, 주인공과 그 동생, 동생의 애인과 주인공의 부인과 애인, 여러 사람이 용의자로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한다. 어찌 보면 이야기도 뻔하고 등장인물도 별로 없지만 저자가 변호사로 터득한 경험을 소설 속에서 잘 살려서 줄거리를 엮어가는 솜씨가 탁월한 점이 매력이다. 결론은 내가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끝나버렸지만 어느 소설이든 간에 돈에 대한 집착은 사람을 타락으로 떨어뜨리는 듯 하다. 하긴 그런 문제가 꼭 소설에만 있지는 않을 듯 하다현재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가장 많이 일어나는 문제가 돈에 관련된 문제이고 그게 가장 큰 이슈가 되는 문제임에 틀림없는 듯 하다. 이렇듯 일상 속에서 한번쯤 만날 수도 있을 법한 소재로 흥미롭고 긴장감을 주는 소설로 이끌고 가는 존 하트의 라이어는 후던잇(who done it)과 법정 소설의 매니아층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소설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나의 평점 ★★★★





1)
미국에서는 하드 보일드 유형의 추리소설(폭력과 섹스, 그리고 범죄가 주를 이루며 감정 없이 무미건조하게 전개되는 탐정 이야기)이 뿌리내리게 되었다는 점이 영국의 후던잇(whodunit: 1920-40년대에 유행하던 플롯 중심의 추리소설) 과는 대조적이다. 대표적인 고전 하드보일드 추리작가로는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 최근에 주목 받는 작가로는 데니스 루헤인(Dennis Lehane: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 리 차일드(Lee Child)등이 있다. 추리소설의 역사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를 알고자 한다면 Julian Symons‘Bloody Murder. From the Detective Story to the Crime Novel’을 참조 바란다.


2)
아마도 스티븐 킹의 듀마 키를 들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듀마 키를 2000년 이후 출간된 스티븐 킹의 소설 가운데 최고로 꼽는다. 나도 여기에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원작과 비교해서 번역에 다소 어색함이 있음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만 예를 들면 libbit(어린 딸을 부르던 애칭 리빗’)을 토깽이(설마 번역자는Rabbit을 떠올린 것일까?^^)라는 어색한 번역은 적절치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스티븐 킹의 특유의 문체를 한국어로 전달하기가 어느 번역자라도 쉽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문화나 언어의 차이로 인한 독자들의 반응이 다른 것도 듀마 키가 한국에서 판매가 부진한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현재 뉴욕타임즈에서 베스트셀러인 스티븐 킹의 Under the Dome이 앞으로 한국에서 출간될 때 그 반응이 궁금해진다. 또 다른 예는 우먼스 머더 클럽 시리즈로 유명한 제임스 패터슨(James Patterson)일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그는 존 그리샴과 스티븐 킹의 소설 판매를 합한 것 보다 더 많이 팔리는 베스트 셀러 작가이지만 한국에서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존 하트의 다른 작품
                               
2008년 에드거 상 수상작                             2010년 에드거 상, 배리 상 수상작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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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iceboat 2010.11.14 01: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필론 님을 처음 알게 해준 존 하트의 작품이라 앞으로도 '라이어'는 참 고마운 책으로 제게 오래 기억에 남게 될 것 같습니다. ^_^ 저도 필론 님과 비슷한 취향이라 - 아마 일미 팬이 아니면서 한국에서 영미 미스터리 팬이 된 사람들은 비슷한 점이 많겠지만요. - 리뷰에 동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듀마 키'의 'libbit'을 '토깽이'로 번역했군요. 어려운 문제이지만 아무튼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네요. 스티븐 킹은 전문으로 번역하시는 분이 있어서 번역이 좋다는 말은 들었는데, 비교해가면서 읽어보질 못했습니다.

    • BlogIcon 필론 2010.11.14 12: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다행히 존 하트가 더 많은 작품을 내기전에 제가 그의 작품을 읽게 되어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iceboat님과 같은 비슷한 취향(적어도 현재까지는)의 추리소설 매니아와 대화할수있는 것도 행운이고요.
      위의 글에서 언급한 저의 의견은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니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스티븐 킹의 듀마키를 원서로 읽어보니 한국어 번역본과 느낌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지적해본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