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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의 역사가 요세푸스가 쓴 ‘유대전쟁사’는 제목만으로 보면 독자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유대’라는 말 때문에 기독교와 무슨 관계가 있는 지루한 성서역사 뭐 그런 것이 아닐까, 혹은 어떻게 학술명저번역총서 시리즈에 들어가게 되었나 하는 의구심을 갖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 점에 관해서 한 가지 설명하자면 ‘유대전쟁사’는 유대(지금의 이스라엘)가 로마제국을 상대로 기원후 66년부터 70년에 이르기까지 벌인 반란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 요세푸스는 갈릴리를 담당하던 유대인 반란군의 수장이었고 로마 장군 베스파시안(황제가 되기 전)에게 사로잡혀서 그 이후에 로마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헬라어 역사서를 완성하게 되었다. ‘유대전쟁사’ 뿐만 아니라 그의 ‘유대고대사’는 기원전 200년부터 기원후 75년 정도까지의 로마, 시리아, 특히 유대역사의 재구성에 꼭 필요한 주요자료(primary source)이다.

 

‘유대전쟁사’가 흥미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등장인물에 있다. 로마 역사가 수에토니우스의 ’열두 명의 카이사르’에 등장하는 베스파시안과 티투스는 장군의 신분에서 로마의 황제가 되는 로마제국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이다. 그들이 황제가 되기 전에 유대의 반란을 진압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베스파시안과 티투스가 ‘유대 전쟁사’에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로마 문학을 읽는 듯한 재미를 개인적으로 느꼈는데 그런 점에서 요세푸스의 ‘유대전쟁사’를 현대에 살고 있는 독자들이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대전쟁사’의 한국어 번역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 동안 달산 출판사의 요세푸스 전집과 김지찬 역자의 요세푸스 번역본이 있어왔지만, 두 번역본 모두 영어 중역본이고 25년 전에 출간되어 한글 맞춤법에 근거한 인명과 지명이 사용되지 않아 오래된 번역본이라는 인식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상당수 전공자들은 로엡(Loeb Classical Library) 하버드 판에 의존하거나, 최근 들어 2000년을 기점으로 스티브 메이슨의 주도로 브릴(Brill) 프로젝트란 이름하에 요세푸스의 전 작품이 주석과 더불어 새로운 번역서로 출간되고 있다는 점을 기대하고 있다. 비록 ‘유대전쟁사’만 이긴 하지만 헬라어 원전 번역으로 한국에서도 번역본이 나온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먼저 단점부터 살펴보겠다. 이 번역본은 헬라어 원문과 비교했을 때 번역상의 여러 오류들이 발견된다. 또한 공역자 두 명이 용어의 통일성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한 부분만 예를 들어, 5권 527(173 페이지) 173페이지 이전까지는 젤롯인으로 번역하던 것을 두번째 번역자로 바뀌고 나서 173 페이지부터는 젤롯당으로 번역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할 수밖에 없다.

물론 어느 책이나 완벽할 수는 없지만 다소 교정(proofreading)을 꼼꼼하게 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어 실망스럽다. 다른 한 가지 점은 주석(commentary)이 다소 미흡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책에 포함된 주석의 대부분은 ‘유대고대사’ 나 ‘자서전’과의 비교이거나, 로엡 시리즈의 영어번역본의 주석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어서 학문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책 후반부에 번역 원칙(translator’s note)을 두어 번역자가 어떠한 기준으로 헬라어(그리스어) 원전 번역에 임했는지 첨가한 점은 학자다운 점을 잘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번역자들이 인정 하듯이 독자에게 익숙한 고유명사의 사용을 원칙으로 함으로써 다소 일관성이 없는 번역이 된 점은 지적하고 싶다. 성서를 알고 있는 독자에게 익숙한 고유명사를 사용하려면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대표적인 로엡 시리즈의 영어 번역본(Loeb Classical Library)에 따라서 헬라어나 라틴어 용법이 아닌 영어식으로, 예를 들어 ‘베스파시안’, ‘헤롯’, 이렇게 일관되게 번역했더라면 더 나은 번역본이 되었을 것 같다. 헬라어 본문에 관련된 결정적인 단점은 번역자들이 출판 기술적인 문제로 돌린 바로 헬라어 본문과 한국어 본문의 ‘대조본’으로 되어있지 않고 따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인데, 비록 그리스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아쉽긴 하지만 헬라어 본문이 첨가된 점만으로도 충분한 노력이 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헬라어(Koine Greek) 또는 희랍어(classical Greek)의 한국어 원전 번역본들 가운데서 그리스어 본문을 실은 번역본은 개인적으로는 처음 본 것 같아 반가울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유대전쟁사’는 고대의 유대역사를 공부하는 독자 외에도 로마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앞으로 개정판이 출간되어서 번역상의 오류를 수정하는 꼼꼼함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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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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