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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반 드 미에룹(Marc Van De Mieroop)의 ‘고대 근동 역사(A History of the Ancient Near East)’는 2003년 초판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영미권의 고대 근동학과에서는 대학교재로 호평을 받고 있는 책이다. 아직 한국어 번역본이 없지만 유럽에서 대학교재로 인기가 높은 루카스 드 부아(Lukas de Blois)와 로바르투스 반 데르 스펙(Robartus van der Spek)의 ‘An Introduction to the Ancient World’가 고대 근동 역사와 더불어 지중해의 역사, 즉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를 소개하는 입문서라고 한다면 마르크 반 드 미에룹의 책은 단지 고대 근동의 역사만을 심층적으로 설명하는 교재라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고대 근동 국가들의 역사를 3부에 걸쳐서 다루고 있는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에서는 도시국가(City State)를 다루고 있다. 기원전 4000년경부터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도시화로 인해서 도시 국가들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인류 역사의 최초도시 우룩(Uruk), 성서에도 등장하는 우르(Ur), 닙푸르(Nippur), 키쉬(Kish)등의 도시국가들이 있다. 그 후 중앙집권화가 이루어지면서 아카드 왕조, 우르의 제 3왕조가 등장한다. 제 2천년기에 접어들면서 북메소포타미아를 삼시-아닷이 통일하고 그 뒤 함무라비가 바빌로니아를 통일하게 된다. 이 시기에 고대 히타이트 제국이 성립한다.

 

2부에서는 영토 국가라는 제목으로 기원전 16세기부터 기원전 9세기에 이르는 시기 동안에 등장한 국가들, 즉 미타니, 신 히타이트왕국, 바빌로니아, 그리고 아시리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2부의 마지막 장에서는 청동기 시대의 말기에 발생한 기존의 강대국들의 붕괴의 원인과 그 여파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 여파로 인한 힘의 공백 속에서 등장하게 된 국가가 이스라엘, 블레셋, 그리고 아람이다.

 

3부에서는 철기시대에 고대 근동을 장악했던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기원전 8세기경부터 시작된 아시리아의 패권주의는 7세기에 접어들면서 메디아와 신-바빌로니아에 의해 종결이 된다. 신-바빌로니아 제국은 기원전 6세기경 페르시아 제국에 그 주도권이 넘어가고 알렉산더의 정복에 이르기까지 페르시아 제국이 고대 근동의 대부분을 지배하게 된다.

 

 

단점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고대 근동 역사’에서 역자가 번역한 고대 근동국가의 왕들의 이름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존의 성서 역사학자들이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쓰던 용어와는 차이가 있다. 그 이유는 고대 근동의 인명과 지명을 성서에 기초하지 않아서 발생하였는데, 사실 이 점이 고대 근동 역사나 고고학에 관한 원서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의 문제점이자 어려운 점이라고 볼 수가 있다. 예를 들어서 몇 명만 비교해보자면:

 

아시리아의 왕 티글라스 필레저 --> 디글랏빌레셀

살마네저 --> 살만에셀

에사르하돈 --> 에살하돈

바빌로니아의 왕 악한 므로닥 --> 에윌므로닥(에윌므로닥[열왕기하 25:27-30]은 고대 근동학에서는 또 다른 이름인 아멜마르둑[Amel-Marduk]으로 알려져 있다).

네부카드네자르 --> 느부갓네살

 

오른쪽의 용어가 현재 성서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왕의 이름이다. 물론 역자의 용어 사용이 잘못되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고대 근동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은 기존의 성서 용어에 익숙하기 때문에 역주로 성서적 용어를 보충해 주었더라면 훨씬 배려있는 번역서가 되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만약 한글맞춤법을 잘 따르고 있는 가톨릭 성서에 따라서 앞으로 모든 성서학, 근동학 관련 학술서들이 용어 사용을 통일한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는 다소 오래된 용어를 쓰고 있는 개신교 성서를 전혀 무시하지는 못할 것 같다. 개신교 성서에 근거한 고대 근동국가의 왕들의 이름에 대한 보편적인 표현을 알고자 한다면 ‘이스라엘 역사’(김영진, 이레서원 2006)를 참고하기 바란다.

 

‘고대 근동 역사’의 가장 큰 장점은 기원전 3000에서 323년에 이르는 긴 기간의 고대 근동 역사를 불필요한 내용을 과감히 줄이고 핵심적인 내용만을 담아 압축해서 한 권의 개괄서로 완성했다는 점일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원서의 지도와 그림을 가감 없이 그대로 실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책은 현재 고대 근동 역사를 소개하는 교재와 입문서로써 한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책 가운데 단연 으뜸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대학의 교재 또는 개인적인 관심으로 이 책을 구입한다면 적절한 이용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책의 구성상 처음부터 꼼꼼히 통독을 할 필요는 없다. 각 시대 별로 혹은 국가 별로 관심이 있는 내용을 따로 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특히 철기시대의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역사에 대한 설명은 다른 학술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책의 뒤에는 근동국가의 왕조가 연대별로 정리되어있다. 따라서 보충교재로서의 역할로도 이 책의 가치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CLC의 고대 근동 시리즈

 레스터 그래비의 고대 이스라엘 역사

 에릭 클라인의 성서 고고학

 

 

Posted by 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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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07 01:4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필론 2012.11.07 11: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예, 제 전공이 이 분야와 관련이 있습니다.^^ 여전히 미스터리 소설을 놓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전공 서적도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네요.
      스티브 해밀턴의 소설을 읽으시는군요.^^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최근에 마이클 코넬리의 Drop, 그리고 올해 배리상 신인상 후보작인 앨리스 라플란테의 turn of mind 를 읽었는데 저의 취향에 맞지 않아서 그런지 두 작품 다 실망스럽더군요. 그래서 블로그에 쓸 리뷰가 없네요.^^